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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주부자치조직 활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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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역여성들이 모여 자질향상을 꾀하는 한편 사회문제해결에도 관심을 갖는 자치조직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주부자치 조직들은 기존의 사회단체들과는 달리 속칭 달동네라고 불리는 저소득층 지역에서 활성화되고있어 더욱 이채롭다.
현재 대표적인 지역주부자치조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는 ▲서울면목지역의 여성 상록회 ▲인천 십정동·계산동·송림동·산곡동·청천동 지역의 인천지역 주민회 여성위원회 ▲서울 은평 지역의 은맥회 등. 이들 단체들은 주부학교나 여성교실을 개설, 취미·교양강좌로 지역 주부들의 자질향상을 꾀하는 한편 역량이 다져지면 여성상담실을 열어 지역주부들의 문제해결에 앞장섬으로써 주부들로 하여금 내가족 만을 아는 「가족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 하는「사회주부」로의 변모를 꾀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88년4월 조직된 여성 상록회(회장 안승·서울 면목6동 359의15)는 그해 10월 무학자 교육을 중심으로 한 주부학교를 개설, 지금까지 3백여명의 주부들에게 한문·영어·불어·역 사·수채화·지점토 등을 지도했다. 현재 이들 강좌를 듣고 있는 주부들만도 약2백명이나 된다.
안회장은 『지역 어머니들이 잡담 또는 화투놀이로 시간을 보내는데서 벗어나 바르게 사는데 보탬이 되는 일을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시작하게된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 이 지역 20∼40대 주부 3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89년 결성된 인천지역 주민회에 여성위원회(인천시 북구 산곡동81번지)가 조직된 것은 작년 초. 현재 주민회에는 40여명이, 여성위원회 에는 10명의 주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성위원회는 작년3월 무학자·저학력자들이 한글을 깨치고 각종 문서보기 등을 할 수 있게끔 지도하는「닷옴교실」을 개설, 20여명의 주부들을 교육하는 한편 십정동·계산동 일대에서 교양강좌 위주의 어머니 교실을 열기도 했다. 작년 가을에는 하루 과정으로 주부지도력 훈련프로그램을 마련, 평소자신의 의사표현에 서투른 주부들로 하여금 당당하게 의견을 발표하게 하는 기회를 가져 40여명의 지역주부들이 참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은평구의 맥을 잇자」는 의미를 지닌 은맥회는 90년9월 창립된 은평구 내의 시민자치조직. 금년4월말 현재7백5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주부들이다.「보다 평화롭고 따뜻한 은평구」를 만들자는 것이 은맥회의 첫 번째 목표. 작년 말 은맥회는 하루 찻집을 열어 수익금 전액을 노인정에 기부했는가 하면 지난 3월부터 여성교실을 개설, 꽃꽂이. 지점토·노래마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은맥회 여성교실(대표 유제향·서울 은평구 역촌동1의4)은 각 강좌가 시작되기 전 30분씩 특강도 하고 있는데, 이경자·이문열(이상 소설가) ▲영희(시인·여성운동가)씨 등 사회 저명인사뿐 아니라 은평구청 건축과장·역촌5거리 치과의원장·연신내 약국 약사 등 지역주민들도 초청하여 주택·건강문제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인천지역 주민회 여성위원회 회원으로 있는 여명직씨(37·주부·인천시 만수동)는 『자치조직 활동을 하면서 같이 도와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면서 『계산동 철거민들이 천막치고 사는 것을 보고 라면·음료 등「돈」으로 해결되는 선심 대신 김치를 담가주는 「정성」을 보이는 것이 여성위원들』이라고 들려주기도 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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