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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화성탐사선 폭발 같은 사고 없게 NASA, 미터 단위만 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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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앞으로 실시할 달 탐사작업에서 ㎞.㎏ 등 미터법에 따른 국제 표준단위를 사용키로 결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미국의 정부기관이 미터법 사용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우주전문 웹사이트 스페이스닷컴(Space.com)에 따르면 NASA는 1990년대부터 미터법과 마일.파운드 등 영국식 단위를 혼용해 왔으나 최근 전 세계 13개 우주기구와의 협의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 NASA는 미국식 도량형을 계속 사용할 경우 국제적으로 추진할 달 탐사작업에 애로가 많이 생길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단위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미 7년 전 거대한 폭발사고도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국적 프로젝트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99년 '무인 화성 기후궤도 탐사선(MCO)'이 폭발해 1억2500만 달러의 손실을 낸 것이다.

당시 사고는 MCO 제작사인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탐사선의 점화 데이터를 야드 단위로 작성한 반면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측은 이를 미터로 착각해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바람에 NASA가 탐사선을 지나치게 낮은 궤도로 진입시켰고, 그 결과 탐사선은 화성에 도착하자마자 터져버렸다.

NASA의 미터법 사용이 달 탐사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로 확산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국에서 미터법 사용이 다른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매우 작은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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