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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집중 한집 독신/세쌍중 한쌍 이혼(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럽 『모래알 가족』 는다/쾌락 추구로 핵가족도 분해/동거 만연… 아이 5명중 1명 혼외출산
탈가족화가 유럽의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동거형태의 자유결합과 함께 이혼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통적 핵가족관계가 점차 파괴되고 대신 부모중 한쪽이 없는 홀부모 가정이나 독신가정 등 이른바 결손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한 3쌍중 1쌍이 이혼하고 4가정당 평균 1가정이 혼자 사는 1인가정이며 새로 태어나는 아이 5명중 1명이 혼외 출산이라는 몇가지 사실만으로도 오늘날 유럽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정붕괴현상의 깊이와 폭을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부와 한두명의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사회의 가장 전형적인 가족형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같은 핵가족개념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지금은 더이상 모델로서의 의미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가족개념 자체가 그만큼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의 급격한 증가가 이러한 변화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요인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한 인구통계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EC(유럽공동체) 12개국 전체에 지난 67년 한햇동안 17만건이었던 이혼건수가 지난 87년에는 53만건으로 20년새 무려 3배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EC 전체로 볼때 결혼한 3쌍중 평균 1쌍이 이혼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로 돼 있으며 특히 덴마크같은 나라에서는 2쌍중 1쌍이 이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사회학자들은 이혼에 대한 종교적·사회적 금제로부터의 해방,특히 여성해방과 함께 쾌락주의적 결혼관의 성행을 급격한 이혼증가의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럽사회의 탈가족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또다른 요인 가운데 하나인 동거커플의 증가현상 또한 비슷한 배경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함께 사는 남녀커플의 13.6%가 동거커플이며 프랑스는 6.7%,네덜란드는 5.7%,영국은 5%가 각각 동거커플로 프랑스의 인구통계학자인 제라르 메르메 박사는 분석하고 있다.
젊은 남녀간의 성적·경제적 필요에서 나타난 이 자유결합은 결혼과 같은 법적 제약이 없고 남녀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고학력 여성들이 특히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거커플의 증가현상은 성해방풍조에서 비롯된 미혼모 증가현상과 함께 혼외출산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나 유럽의 전통적 가족관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EC 12개국 전체로 보면 신생아의 17%가 합법적인 부부관계 밖에서 태어나고 있고 특히 덴마크의 경우 2명중 1명이,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4명중 1명이 혼외출산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은 독신여성비율을 크게 높여 혼자사는 1인 가정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자녀가정(EC내 전체가정의 44%)의 증가와 자녀의 조기독립화현상이 어우러져 유럽 전체에 4가정중 1가정이 1인가정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탈가속화가 현대 유럽사회의 무시할 수 없는 경향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은 아직도 대다수의 유럽인들이 가족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서유럽내 9개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명중 4명이 가족이란 귀중한 가치는 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5명중 1명만이 가족개념의 종식에 찬성했을 뿐이다.
유럽사회를 아직 지탱하는 기반은 대다수 유럽인들의 이러한 건전한 가족관에 있다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듯 싶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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