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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화염병 공방 이젠 그만(새로운 시위문화: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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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실에 안맞는 집시법 고쳐야/“평화시위는 국민권리” 정부인식 절실
시위와 진압은 강도면에서 항상 정비례한다.
시위가 과격해지고 화염병·사제폭탄 등 시위장비가 개발되면 경찰은 다연발 최루탄발사기·총기사용·물대포 도입 등 장비현대화와 공세적 진압으로 맞선다.
83년 1학기부터 대학가 시위에 등장,84년부터 본격 사용되기 시작한 화염병은 시위와 진압을 더욱 격렬한 전장으로 밀어 넣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인 의사표시 수단으로서의 집회와 시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인가.
정부당국은 무엇보다 시위대,특히 대학생들의 「의사표현방법의 과격함」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법과 질서의 테두리안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주장을 여론화시키는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택하기 보다는 화염병을 들고 거리에 나섬으로써 「빨리 뭔가를 보여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학생운동권의 지도부가 일단 화염병이 날고 최루탄이 발사되면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일반 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나는 점을 「악용한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동만연 경비과장은 『화염병을 던지는 학생은 각대학에서 1백여명 정도로 정해져 있으며 일단 만들어진 화염병은 어떻게 해서든 소모한다』며 『학생들이 교문밖으로 몰려나오고 화염병을 던지지 않는한 최루탄을 먼저 사용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내에만 차량이 1백만대가 넘기 때문에 10분만 도로가 막혀도 체증이 엄청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며 『시위대가 주장하는 평화적 행진은 대부분 도로를 막기때문에 다른 시민들의 입장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개정 집시법의 규정과 절차만 따른다면 얼마든지 집회와 시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야와 시민단체·학생들은 현행 집시법은 그 자체의 독소조항 때문에 새로운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보다는 집회와 시위를 막기위해 악용되고 있으며 그나마 법적용도 자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 집시법에서는 전민련·전노련·전대협 등 재야·노동·학생운동단체들이 집회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제5조1항이 적용돼 즉각 집회금지 통보를 받게되는 등 신고제가 아니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과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경우 집회허가는 해주지만 여러가지 제한조치를 가해 자유로운 집회를 막는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집시법 제11조 집회금지장소의 경우 국회의사당,법원,외국의 외교기관,대통령관저,국무총리 공관,외교사절의 숙소에서 1백m 이내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대사관등이 모두 도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시내 중심부에서의 집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달초 경실련·공추련 등 시민단체들이 페놀방류와 관련,두산그룹 본사앞에서 벌인 시위의 경우 인근 호텔롯데 6층에 튀니지대사가 숙박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회 두시간전에 금지통고가 내려졌을 정도로 집시법의 적용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올바른 시위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위주체나 정부당국 모두가 집회나 시위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을 고쳐야 한다는 평가다.
정부당국은 집회나 시위가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일뿐 권력의 허가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학생등 시위주체들도 5공의 종말을 가져온 6월항쟁은 결코 화염병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의 평화적인 동참과 지지였다는 것은 값진 교훈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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