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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논술' 교수·교사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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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남대 손종호 교수가 고교생들에게 ‘논술의 기초와 요건’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 강좌는 대전지역 교수와 교사 10명이 매주 토요일 10주간 자원봉사로 운영한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6일 오후 3시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새빛문화아카데미 1층 강의실. 충청지역 고교 1, 2학년 60명과 학부모 등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충남대.대전대.KAIST 등 대전지역 대학교수 8명과 고교교사 2명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논술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이들은 10주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강의한다.

이날 '논술의 기초와 요건'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충남대 손종호 국문과 교수는 "논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학생들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쑥스러워하며 한동안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손 교수가 자유로운 토론을 주문하자 한 학생이 "논술을 배울 기회가 없어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 교수는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논술"이라며 "우선 논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자 조용했던 강의실은 열띤 토론장으로 변했다.

김병준(17.유성고 2년)군은 "내년 대학입시에서는 통합논술이 교과서 밖에서 출제된다고 해 걱정했는데 사례 위주로 가르치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보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강좌는 대전시민들과 지식을 나누기 위해 손 교수의 주도로 교수.문학인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지난해 9월 문을 연 지역 문화공동체 새빛문화아카데미가 논술교육의 기회가 적은 지방 고교생들을 위해 만들었다.

◆어떻게 가르치나=첫날인 6일 손 교수에 이어 13일 KAIST 한상철 교수의 '글쓰기의 다섯 단계'강좌는 강의와 글쓰기 실기식으로 가르친다. 나머지 8개 강좌는 모두 책을 읽거나 하나의 사물을 놓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토론식이다. 사고의 폭을 넓히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교수는 학생들에게 '통일로'라는 글이 적힌 휴전선 철조망 포스터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생각을 써 보라고 했다.

학생들 대부분이 분단된 조국의 슬픔을 표현하자 손 교수는 "획일적인 의견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미래 등에 대해서도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학은 유희다'라는 강좌를 맡은 대전대 신기형 수학과 교수는 한국의 인구 통계.도표 등 수치를 통해 사회현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다룰 계획이다.

공주대 김정권 역사학 교수의 '두 정치적 인간의 초상'은 김부식과 묘청의 정치관을 현 시점에서 평가해 본다. 대전대 이행수 영문과 교수는 '공익을 위한 범죄는 합리화되는가?'라는 주제로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읽고 학생들의 찬반 토론으로 강의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이 밖에 '근대철학의 문제 설정'(강원대 남기택 교수), '역사에 정의는 있는가?'(한밭대 고윤수 교수), '교환의 가치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KAIST 박수연 교수),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박선희 충남과학고 교사) 등 경제.역사.철학.환경 분야 등의 강좌가 마련돼 있다.

대전=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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