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 현대차, 노조 반대로 신차 계획도 미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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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율'과 '노조'가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릴 기미가 없다. 지난해 현대차는 환율 악재에다 파업 등 사내 문제로 영업이익.순이익이 하락했고, 주가까지 폭락하며 최악의 해를 보냈다.

심기일전하고 맞이한 신년. 시무식장에 일부 노조원이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고, 잔업 거부를 하면서 사실상 파업 국면을 맞았다. 이에 현대차는 8일 노조의 폭력 사태와 잔업 거부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에 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법적 대응이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강성노조를 대표한다. 1987년 노조 출범 후 94년 한 해만 빼고 20년째 파업을 되풀이했다. 파업일수는 336일. 20년 중 파업으로 거의 1년 동안 라인을 세웠다. 매출 손실은 10조5402억원으로 매년 5000억원 이상을 파업으로 날린 것이다.

지난해에는 노조의 벽에 부닥쳐 신차 프로젝트까지 미뤄야 했다. 현대차가 세계시장을 겨냥해 고급 브랜드로 개발 중인 대형차 BH프로젝트 공장 건설공사가 노조 반대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때문에 원래 2007년 말을 목표로 했던 신차 출시 계획은 2008년으로 늦춰졌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그동안 노조에 취한 조치는 거의 없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결국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취하했다. 협상 종료 시 성과금.격려금.타결일시금 등을 두둑이 챙겨주기도 했다. 경영 차질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동안 환율 등 외부 조건은 현대차 편이었다. 올해는 환율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 비중은 76%.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12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 게다가 엔화 약세는 최대 경쟁 대상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계속됐던 환율 하락으로 판매량은 미국시장의 경우 전년과 거의 비슷했고, 서유럽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5% 줄었다. 해외시장에서는 최근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차들이 기세를 올리고, 중국 토종 업체인 치루이자동차가 미국과 유럽연합에 값싼 소형차를 출시키로 하는 등 경쟁국들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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