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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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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연예인 이민영.이찬씨 파경 사건으로 새삼 가정폭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폭력을 당하는 아내들은 고민한다.

"이혼하면 아이들은 어떡하죠? 아비 없는 자식이란 소리를 어떻게 들어요."

"경찰에 신고요? 아이 아빠를 전과자로 만들 수는 없어요."

때리는 남편이 싫지만 결손가정을 향한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 눈물로 사죄하는 남편의 태도 앞에 "미워도 다시 한 번…" 할 수밖에 없단다.

그래서 모두 쉬쉬 하는 사이에 화만 눈덩이처럼 커진다. 가정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제3자의 의식이 가장 큰 문제다.

남자들은 자신의 폭력을 여러 이유로 합리화한다.

"부부 싸움 중에 아내가 자존심 긁는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꼭지가 돌아'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한다.

여성 피해자들은 용서를 구하는 남편을 과신한다.

"각서 받았어요. 잘못을 아니까 바뀔 거예요" 또는 "불쌍한 사람…. 내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리"라는 왜곡된 애정관으로 끌려다니기도 한다.

외부 시선 역시 "맞을 짓을 했겠지. 오죽하면…"이란 한마디로 해답을 찾는다.

그러나 폭력을 참고 넘어갈 경우 더 심각한 사고를 낳는다. 처음 폭력이 어렵지, 또 다른 갈등 상황에선 언제든지 재현된다.

남자들이 폭력을 쓰는 이유는 '욱' 하는 다혈질 성격 탓, 부인이 내재된 상처(아킬레스건)를 반복적으로 건드린 경우, 아버지로부터 부지불식간에 학습 된 대물림 등이다. 이런 경우 언제 폭력이 발생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대처 요령을 숙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배우자 성향을 알아야 한다. 어떤 때, 무슨 문제가 배우자 감정을 상하게 하는지 파악해 놓자. 대부분의 사람은 부부 싸움할 때 거친 언어.행동으로 상대방 가슴에 더 큰 생채기를 내려 한다. 현재 사안과 상관없이 배우자가 속상해하는 문제를 싸움에 개입시킨다. 부부는 동반자이지 적군이 아니다. 내재된 상처를 반복적으로 긁을 것이 아니라 한쪽이 더 성숙하게 뛰어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수로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 같았을 때는 즉시 "미안해요"라고 말하자.

둘째, 한쪽이 화낼 때 맞대응하지 말고 받아주는 게 좋다. 감정대로 맞받아치다 보면 폭력사태가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감정의 폭풍이 지난 뒤 대화로 다시 해결하자. 힘의 논리로 맞서기보다 속도 조절로 이기는 방법을 취하자.

셋째, 자신의 폭력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감정이 들끓는 순간 "타임아웃"을 외치고 그 순간을 피하자. 충분한 심호흡으로 감정을 고른 뒤 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넷째,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 일반적으로 폭력은 대물림된다. 어린 시절에 당한 폭력을 가정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 사례도 있다. 행복한 가정,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부부가 의견을 나누고 노력하자.

다섯째, 무슨 일이 있어도 맞을 짓이란 없다. 쉬쉬 하지 말고 처음부터 주변에 적극 알려라. 신고나 판결을 받으면 자연히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게 된다. 공권력 개입을 무서워하거나 귀찮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폭력은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문제다. 처음 발생했을 때 확실하게 해야 한다.

폭력 남편들이여. 기업이었으면 벌써 시장에서 퇴출당했을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미래성장 동력인 가정과 자녀의 발목을 붙잡지 말자.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