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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다툼에 날새는 정치권/정부·여야의책임(난국 이것이 문제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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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여 「차기집권」 집안싸움만… 민심외면/야,민주화대안 못내 “한통속” 비난받아/난국 악순환 우려 높아
작년 이맘때부터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던 「총체적 난국이 수습되는 기미가 보이는듯 마는듯하다가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다시 시국이 흔들리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등 정부·여당 뿐 아니라 야당인사,그리고 각계의 지도급 인사들이 난국타개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잇따른 분신등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음에도 사태가 쉬 진정되는 기미가 없다.
이같은 난국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난국의 원인은 정치권의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일반적 경향이다. 제도정치권의 지도력 상실과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정치구조가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타분야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때 그러한 분석은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지도력 부재현상은 정부·여야당 할 것 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집권층에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3당합당 이후 정치는 오간데없이 사라지고 권력다툼과 권위주의 통치행위가 되살아나게 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3당합당은 많은 비판과 저항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가측의 정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정책면에서 안정속의 개혁,권력측면에서 차기집권의 안정성이 각각 내다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민자당 등 권력중추세력은 이를 역이용해 정치를 오히려 더 불가측의 영역으로 몰아넣었다. 그들은 합당의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정치의 민주적 개혁보다는 차기집권을 노린 여권내분을 격화시켰다. 김영삼·박철언씨간의 힘겨루기나 월계수회의 전횡 등은 정책과 노선상의 갈등이 아니라 권력다툼이 본질이었다. 지난 1년간 민자당정치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둘러싼 김영삼­박철언간의 쟁투와 내각제 시비뿐이었다.
여권내분의 심화는 모든 분야에 확산됐다. 통치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공무원 조직은 무사안일에 빠져 눈치를 보게 되고 이런 것들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사회기강의 이완으로 나타났다. 고삐풀린 물가가 경제전체를 흔들어놨다.
모든 계층이 불만을 토로하는 판이 됐다. 급기야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등 온갖 형태의 「전쟁」으로 사회의 안정판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것이 이른바 「공안통치」라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야당도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이 되지 못했다.
야권통합은 각각의 권력이해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 평민당이 재야 일부를 흡수해 신민당으로 통합되고 민주당이 또다른 재야를 흡수했지만 이와 같은 야권개편은 국민적 공감 보다는 권력추구의 필요에 따른데 불과했다.
민중정치를 대변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출현했으나 그것은 아주 부분적 흐름밖에 대변하지 못했다.
지난 1년동안에 기존의 모든 정당이 없어지는 새로운 정계개편이 이뤄졌으나 그 어느것도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권력의 이해에 따른 이합집산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뇌물외유사건이 터지고 수서비리가 폭로되면서 정치권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정치인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정당의 지지도는 10%선에서 헤매고 20% 이상의 국민지지를 받는 정치지도자는 거의 없는 형국이 됐다.
권위주의 통치행태로 선회하는데도 3김씨와 그 아류정치인들은 차기집권경쟁에 매달려 상호 견제·비방하는데만 골몰하고 있다. 그들은 국가경영 또는 관리측면에서 우리의 제도적 민주화에 대한 책임있는 그림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뿐더러 여론에 욕먹을 결단은 결코 생각지도 않으면서 독선적 정치행태만 보여주었다. 3년간 개혁입법처리를 타령으로만 존치시킨 배경이다.
적지않은 의원들이 『특히 두 김씨(김영삼·김대중)는 차기집권구도와 관련해 손해본다고 느껴지는 일은 결코 안한다』면서 『일시적인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내려야 할 결단을 회피하는 그들을 언제까지 지도자로 받들어야 하느냐』고 비판한다.
정치가 이모양 이꼴이니까 난국은 난국을 낳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형세다.
따라서 난국의 수습은 우선 모든 정치권,특히 정부가 앞장서 권위주의적 행태를 청산해 정치의 가측성을 높이면서 올바른 개혁의 방향을 제시,적기에 과감하게 실천하는 데서 찾아야한다.<이수근기자>
◎전문가 의견/공안통치 문제 결단 내려야
◇길승흠교수(서울대·정치학)=근본원인은 정치인들 모두가 어떻게하면 오래 살아남고 또 권력을 잡느냐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난국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동기때문에 규칙에 의한 정치를 하지않고 한쪽에서는 정계개편,또는 헌법개정 등 인위적으로 제도와 체제의 변경을 시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기도를 막으려고 하니까 물가등 민생문제 등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된 것이다.
따라서 기존정치인들 자신에게 이해와 영향이 닿고 미치는 개헌등 제도변경의 생각을 버려야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가능해져 난국수습의 실마리가 풀린다.
단기적 처방으로는 노대통령이 다수계층의 절대적 불만요인이 되고 있는 공안통치문제에 대범하게 단안을 내려야하며 특히 민자당 정권과 권력의 강경파들은 시국을 생각해서라도 중도파적 입장에서 문제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PN JAD
PD 19910506
PG 03
PQ 02
CP HS
CK 02
CS A03
BL 1691
GO 사설
TI 난국타개에 국회는 제몫하라(사설)
TX 우리는 몇몇 대학생들의 불행한 죽음의 과정을 개탄하면서 이로 인해 온나라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위국으로 치닫는 사태를 우려하고 경계해 왔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대학생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리를 순식간에 개선할 수 없고 또 대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 전체가 이 충격에 매달리는 것은 생산적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런 뜻에서 문제의 점진적 해결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특히 제도 개혁의 주체인 정치인들의 분발을 지금처럼 간절하게 바란 적이 없다.
김수환추기경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의 간절한 자제당부,앞서 분신한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의 애절한 호소,심지어 과거 반체제 인사들의 경험적 설득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사회는 온통 일부 젊은이들의 무분별성을 나무라며 기성세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열에 두드러지게 낙오되어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이다. 막중한 책임과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 분명 자신들의 몫을 짊어지고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당리당략·무책임·무능의 늪에 빠져 좀체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금 이들이 다투고 꼬리 빼는 양상을 보노라면 국민의 대표로서 무책임·무능을 넘어 차라리 「비겁한 방관자」들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그들이 해야 할 첫번째 일은 무엇인가. 바로 입법권과 정당의 정치력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고 드는 노력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우선 이번 임시국회 만료(9일) 사흘을 남겨놓고 꼭 처리하겠다던 개혁입법이 협상은 커녕,오히려 강경대군 사태를 맞아 원점에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듣건대 여야는 격앙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국가보안법·안기부법·경찰법을 놓고 주고 받는 타협을 하는 것이 견딜 수 없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 결과 협상대안을 먼저 내라느니 말라느니 뻔히 속이 들여다 보이는 주장을 하면서 개혁입법이 처리되지 않고 다음달 광역의회 선거에 임했을 때 서로 그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할 명분이나 축적하려는 술수들을 쓰고 있다.
민자당은 야당의 주장을 대폭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에서 보안법·안기부법을 일방통과시켜 봐야 「날치기」란 정치적 부담만 지게 될테니 차라리 미루자는 입장이다. 법이 고쳐지지 않아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는 태도다. 다만 7월 경찰청 출범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경찰법만 정부조직법 차원에서 일방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
반면 야당은 여당안을 약간만 고쳐 타결하더라도 당장 수많은 보안법위반 구속자들이 풀려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부냐,전무냐를 요구하는 강경재야에 발목이 잡혀 운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야당의 인사권 개입확보를 위해 경찰청 발족을 중단시켜야 하는 논리의 옹색함속에 묶여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태에서 이번 임시국회는 경찰법의 여당 일방통과 외에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끝날 공산이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초 총선거를 앞둔 정치일정상 개혁입법은 13대 국회에서 영영 잠들고 말지 모른다.
남은 사흘 여야는 개혁입법처리를 위해 회기를 연장하자는등 또다시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소모적 쟁점에 매달리거나 파행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의회주의의 본령에 어긋난 재야주도의 정치사이에서 엉거주춤 방황한다면 정치권의 책임방기는 국민들의 또다른 질타와 불신을 쌓게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회기가 끝나기 전에 개혁입법이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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