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조사 6개 외고 '성적 부풀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 A외국어고(외고)는 유학반을 운영하면서 평균 70~80점대인 학생 성적을 'A'로 표기해 미국 대학에 보내 왔다. 규정대로라면 70점대는 '미(Mi)', 80점대는 '우(Wu)'로 기록하고 각각의 점수대를 설명하거나, 'C'와 'B'로 표기해야 한다. 외국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영문 성적표의 내신을 부풀린 것이다.

B외고는 자연계 진학반을 별도로 운영해 왔다. 외고는 자연계 학급을 편성할 수 없다는 교육과정 운영지침을 어기고 공대나 의대 진학 희망자들을 위한 특별반을 개설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 29개 외국어고에 대한 학사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6개 외고가 유학용 영문성적표를 발급하면서 표기방식을 임의로 바꾸거나 등급별 점수기준을 변형해 내신 부풀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고 내신은 9등급(2006학년도 고 1.2, 1~9등급 숫자로 표시)과 5등급(2006학년도 고 3과 졸업생, 수.우.미.양.가)으로 표기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6곳은 등급을 4등급으로 줄여 등급당 학생 수를 늘리는 등 성적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대학에서 이의 제기는 없었지만 국내 외국어고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6곳(일부는 영문 성적도 부풀림)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정규과정 개설이 금지돼 있는 유학반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자연계 진학반을 만들거나 자연계 과목을 집중편성한 곳(6개교)도 있었다. 대부분의 외고는 입시 적성.창의력 검사 때 수리형 문제를 내거나 구술.면접 고사에서 변형된 지필 평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이번에 적발된 학교는 연구학교 지정 제한과 해외연수 추천 금지 등의 행정.재정 징계를 하고 특별장학반을 상설 운영해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