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7일 뒤늦게 입수해 밝힌 사연은 이랬다. 8사단 소속 김민수(22.사진(左)) 병장과 육군사관학교 소속 박용현(22.(右)) 상병은 1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모 주유소에서 분신자살 기도 장면을 목격했다. 한 40대 남성이 주유기를 뽑아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뒤 불을 붙이려고 했던 것이다. 바닥에도 이 남성이 뿌려 놓은 휘발유가 흥건했다. 추위 때문에 마침 사무실에 들어가 있던 주유소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대로 뒀다간 꼼짝없이 대형 화재가 날 상황이었다.
이 순간 두 장병은 "아저씨, 안 돼요!"라고 외치며 남성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남성은 바로 이때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고, 화염은 순식간에 남성의 몸을 삼켰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다른 시민들은 한 발씩 물러섰지만, 두 장병은 민첩하게 주유기를 멈춘 뒤 멀리 치워버렸다.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주유소 사무실에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제야 주유소 직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나와 남성의 몸과 그 주변에 붙은 불을 껐다. 병원으로 옮겨진 자살 기도 남성은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험한 상태. 하지만 두 장병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주유소가 통째로 타오르는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육군에 따르면 박 상병은 "'이제 나도 죽는구나. 여기서는 죽기 싫은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이 사건 다음 날인 2일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시민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 상황에서 저는 무서워서 피했는데 그분들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계를 멈추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두 장병을 칭찬했다.
그는 또 "솔직히 제가 해병대를 나와 육군은 깔봤는데 이번에 육군을 다시 봤다"고 덧붙이도 했다. 김 병장과 박 상병은 중학교 시절 친구로 함께 휴가를 나와 시간을 보내다 사건 현장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