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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대형 참사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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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휴가 중인 두 병사가 주유소 대형 참사를 막았다. 한 남성의 분신자살 기도로 크게 번질 뻔한 화재를 조기에 막아낸 것이다.

육군이 7일 뒤늦게 입수해 밝힌 사연은 이랬다. 8사단 소속 김민수(22.사진(左)) 병장과 육군사관학교 소속 박용현(22.(右)) 상병은 1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모 주유소에서 분신자살 기도 장면을 목격했다. 한 40대 남성이 주유기를 뽑아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뒤 불을 붙이려고 했던 것이다. 바닥에도 이 남성이 뿌려 놓은 휘발유가 흥건했다. 추위 때문에 마침 사무실에 들어가 있던 주유소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대로 뒀다간 꼼짝없이 대형 화재가 날 상황이었다.

이 순간 두 장병은 "아저씨, 안 돼요!"라고 외치며 남성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남성은 바로 이때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고, 화염은 순식간에 남성의 몸을 삼켰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다른 시민들은 한 발씩 물러섰지만, 두 장병은 민첩하게 주유기를 멈춘 뒤 멀리 치워버렸다.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주유소 사무실에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제야 주유소 직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나와 남성의 몸과 그 주변에 붙은 불을 껐다. 병원으로 옮겨진 자살 기도 남성은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험한 상태. 하지만 두 장병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주유소가 통째로 타오르는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육군에 따르면 박 상병은 "'이제 나도 죽는구나. 여기서는 죽기 싫은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이 사건 다음 날인 2일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시민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 상황에서 저는 무서워서 피했는데 그분들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계를 멈추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두 장병을 칭찬했다.

그는 또 "솔직히 제가 해병대를 나와 육군은 깔봤는데 이번에 육군을 다시 봤다"고 덧붙이도 했다. 김 병장과 박 상병은 중학교 시절 친구로 함께 휴가를 나와 시간을 보내다 사건 현장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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