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불씨”… 메이데이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공산주의 투쟁행사 인정못해/정부/「8시간 노동」얻은 역사적 축일/노동계
5월1일 노동절(메이데이) 부활을 둘러싼 노동계와 정부의 대립이 올해로 3년째 계속되면서 사회적 혼란과 불안의 한 요인이 되고있다.
올해 노동절에도 정부가 근로자측의 노동절 일방휴무를 불법으로 규정,관계법에 따라 엄중 대처키로 했지만 한국노총·전노협 등 노동단체들은 산하노조에 휴무를 독려하면서 각각 대규모 기념집회를 준비했다.
노동절 부활문제는 87년 민주화 대투쟁이후 노조결성이 활발해지면서 노총을 어용으로 몰아붙인 전노협 결성 추진세력들이 88년부터 『어용 노총의 창립기념일인 3월10일 「근로자의 날」을 더이상 전체노동자의 생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승만 정권에 의해 빼앗긴 노동절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들 주장의 근거는 ▲5월1일 노동절은 1886년 5월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889년 국제노동자대회 창립대회에서 제정한 「정통성」있는 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일제치하인 1923년부터 이정권이 『메이데이가 공산당의 선전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날짜변경을 지시한 1957년 이전까지 줄곧 지켜온 날이며 ▲미국(9월의 첫째 월요일)·호주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국가가 이날을 노동절로 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이들의 주장이 일반 노동자들에게 설득력을 갖게되자 노총도 체질개선 작업과정에서 89년 2월 대의원대회 논의를 거쳐 노동절을 되찻기로 결의하고 4월에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냈다.
노총은 90년 2월 대의원 대회에서도 결의문을 채택,▲모든 노조는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하도록 단체협약을 경신하고 ▲노동절 행사의 성공적 거행을 위해 필요한 인적·물적동원에 총력을 경주하며 ▲노동절 회복을 위한 법개정에 조직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등을 다짐했다.
노총은 이해부터 정부주관의 「근로자의날」행사에 일체 참석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노동절 행사를 치렀다.
상호견제 관계라 할 수 있는 노총과 전노협은 최근 이 문제에 관한한 공동전선을 펴기로 합의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다만 노총이 정부를 어느정도 의식,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념식을 실내에서 조용히(?) 갖는데 비해 전노협은 옥외 연대집회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정부 특히 노동부가 노동절을 인정치 않는 이유는 ▲메이데이는 공산주의운동과 더불어 탄생된 투쟁적 행사이고 ▲봄철 임금협상시기와 중복돼 불안요인을 가중시키며 ▲기존 5월1일 「법의 날」과 겹치고 이미 「근로자의 날」이 전체 근로자의 명절로 정착되어 있다는 것 등이다.
노총과 전노협은 이에따라 세과시 집회외에도 일단 단위노조별로 노사합의에 따른 자율적인 노동절 휴무를 쟁취,이를 대세로 굳혀 정부가 노동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현재 노총산하 노조(8천여개)의 40%,전노협산하 노조(4백50여개)의 32%가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체결해 놓고 있어 노동절은 이미 상당부분 비법정 공휴일화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스스로 노동자의 경축일을 정하겠다는 명분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있어 정부의 강경자세는 정부가 강조하는 산업평화­사회안정에 별도움이 안되는 불필요한 마찰이라는 지적이 많다.<김동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