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새 이라크 전략 발표 앞두고 부시, 핵심 외교 진용 '새판 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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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 이라크 전략을 발표하기에 앞서 외교안보팀을 새로 짜고 있다. 이라크전을 기획한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실용주의자로 평가받는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한 부시 대통령은 5일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NIA) 국장을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했다. NIA 국장으론 정보통인 마이크 매코넬 예비역 해군 중장을 임명했다.

지난해 말 네오콘(일방 외교를 주장하는 신보수주의자)인 존 볼턴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유엔 주재 미국대사엔 잘메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가 내정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라크 대사직은 라이언 크로커 파키스탄 주재 미국대사가 맡을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책임지고 있는 존 아비자이드 중부군 사령관도 물러나며, 후임으로 윌리엄 팰런 태평양 사령관이 임명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 지상군 사령관도 조지 케이시 장군에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으로 바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비자이드 사령관과 케이시 사령관은 부시 대통령이 검토 중인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의 증원을 반대해 왔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을 다뤄 온 핵심 진용을 대거 바꾸는 것은 다음주 중 발표할 새로운 이라크 전략의 집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네그로폰테 국장을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유엔 대사와 이라크 대사를 지낸 그의 외교경험을 살리겠다는 뜻이다. 네그로폰테는 그간 C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업무를 해 왔지만 정보보다는 외교분야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가 정보기관 개혁이란 과제에 대해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무부로 옮기는 게 어떠냐"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다고 한다.

매코넬 전 장군에게 NIA를 맡기는 것은 정보기관들에 대한 관리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AP통신 등은 분석했다.

네그로폰테 시절엔 국방부의 독자적인 정보기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 실세 장관 럼즈펠드에 밀려 NIA의 정보 조정.관리 능력이 부실했다. 그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이제 해군과 국가안보국(NSA), 유명 컨설팅 회사(부즈 앨런 해밀턴)에서 정보분야만을 다뤄 온 매코넬에게 맡긴 것이다. 정보를 잘 아는 게이츠 국방장관도 매코넬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NIA의 기능은 개선될 것이며, 새로운 이라크 전략을 집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백악관은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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