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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 돈(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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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생활이 검소하고 절도있기로 정평이 나있는 독일에서는 쓰레기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 나라에서 쓰레기의 수집은 지장자치체 소관이다. 우리처럼 오물수거료를 가정마다 일률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배출량에 따라 몇단계로 차등 징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각 가정에서는 1백10ℓ,1백20ℓ70ℓ 등 세종류로 바퀴가 달린 용기를 자기집 쓰레기 배출량에 알맞게 구입한다. 용기의 크기에 따라 연간 오물수거료가 부과된다.
쓰레기 수거차가 오는날 오물이 든 용기를 끌고나가면 차에 달린 기계가 자동적으로 용기를 열고 쓰레기를 회수해 간다.
음료수병이나 플래스틱 용기는 공탁금제도가 실시돼 상점에 가져가면 돈으로 바꿔준다. 건전지나 약품·페인트 같은 유해물질은 개별적으로 회수하거나 버릴 수 있는 장소와 연락처등이 명기된 팸플릿을 각 가정에 나눠주고 있다.
액체합성세제 판매대에는 플래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세제와 나란히 종이팩이 놓여있어 바꿔 담아갈 수 있게 한다.
상점에서 물건을 넣어주는 비닐주머니는 한장에 약40원으로 유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쇼핑할때는 자기 것을 가져간다. 스웨덴에서는 1백50원정도라고 한다.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물찌꺼기등 젖은 쓰레기는 가정마다 정원의 관상수나 화초의 비료로 쓰기위해 땅에 묻는다. 1개월쯤 지나면 자체발효에 의해 훌륭한 유기질비료가 된다는 것이다.
신문지를 비롯한 종이쓰레기는 별도로 회수하고 빈병은 길가에 놓여 있는 회수용 컨테이너까지 가져다 버린다. 헌옷가지는 적십자사에서 회수해 가난한 나라나 난민들에게 보낸다. 한달에 한번 적십자마크가 새겨진 부대를 길가에 놓아 이들을 회수해간다. 전자제품이나 가구등 덩치가 큰 쓰레기도 수집날짜가 별도로 정해져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이런 오물수거 방법은 행정기관의 면밀한 시책은 물론 국민 각자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도 빈병에 대한 보증금제도가 오래전부터 실시되고 있지만 실효가 없다. 국립공원에서 오물을 수집해 오면 사은권을 주고있으나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무관심하고,귀찮게 여길 뿐이다.
9월부터 폐기물 예치금제가 실시된다지만 딱하게도 이런자세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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