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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뒤흔든 「과격진압」/「강군사건」에 촉각 곤두선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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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인­사과­조기경질」 수순밟아/여/시국 쟁점화로 총력공세 채비/야
명지대 강경대군 구타치사사건은 정가에도 회오리를 몰고와 27일 국회는 온통 강군사건으로 술렁거렸고 정부도 조기진화 대책에 부심하고 있어 정국이 긴장속에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측은 신속하게 사태수습에 착수해 내무장관을 인책,경질하는등 최선의 수순을 찾고 있으며 여야 정당들도 사태진전에 따라 각각 사고대책반 등을 구성,진상조사에 나서는등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27일 오전 고위대책회의에서 강경대군 사망사건의 최종 정치적 책임선을 내무장관선으로 정하고 최고위층에 보고,전격 교체하는등 정부의 관계자들은 수차 대책회의를 거듭하며 사건진화의 수순을 찾느라 부심.
대책회의에선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내무장관의 정치적 문책·경질은 불가피하지만 경찰의 사기등을 감안할때 경찰총수인 치안본부장의 경질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신 순수한 경찰쪽 책임선은 서울시경 국장으로 하자는 것에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봤다는 후문인데 사태가 예상을 넘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치안본부장도 문책대상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도 한때 대두.
가장 문제되는 것은 경찰고위직의 문책범위로 치안본부장·서울시경 국장을 모두 경질 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다 사기등을 고려해 모두 인책에서 배제. 이날 오후 삼청동 총리안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는 오전에 대체적으로 정리,고위층에 건의한 문책선등을 재확인하고 수습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문책조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낫다는 수습원칙도 확인.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이 이날 오전 팔당 자연보호 운동후 청남대에서 정국운용 방향등을 구상중이어서 상황·대책등에 대한 종합보고만을 올린채 하명을 기다리고 있다가 정해창 비서실장이 오후에 급거 대학가의 동정과 여야움직임등을 보고해 오후 8시30분 경질사실을 발표.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적정 문책선을 상정,조치를 취하더라도 조치시간이 맞지않으면 효과를 잃게되고 그 이상의 「희생」이 나기때문에 이같이 휴일을 넘기지 않고 인사를 단행토록 노대통령에게 건의한 것.
정부측은 만약 시기를 더 늦췄다가는 파문이 커질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혼란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늦지 않는선에서 타이밍을 맞추느라 고심했다는 후문.
○…여야는 27일 오전 강군사건의 진상규명 및 사태수습을 위해 각기 긴급대책 회의를 갖는등 긴박한 모습.
민자당측은 27일 오전 김영삼 대표,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 및 당3역이 안응모 내무장관을 참석시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진상파악을 한후 즉각 여야총무회담을 열도록해서 사건조기 진화를 위한 여야의 인식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
민자당측은 내부적으로 안장관선의 인책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부측에 알리면서 정부측과 인책범위에 대해 은밀히 조정하는 한편 야측과도 사태수습 선을 막후 절충했다.
신민·민주·민중당도 각기 이날 아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노대통령의 사과,노내각의 총사퇴,안장관등 사건관계자의 인책 및 「백골단」해체를 정부측에 강하게 요구키로 하는등 최대한의 정치공세로 전환. 김대중 신민·이기택 민주당총재는 각기 당직자들을 대동해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을 찾아 조문.
○…여야는 오전·오후 두차례의 총무회담을 통해 ▲국정조사권 발동 ▲본회의 대정부 질문의 하루 연장에 대해 논의,항의에 실패했으나 주무장관인 안응모 내무장관의 인책경질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국회의 파란운영까지는 가지 않을듯.
김영배 신민총무는 여야 공동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했으나 김종호 민자총무는 『내무위 차원의 조사단 구성으로도 충분하다』며 이를 거부.
김 민자총무는 또 『강군 사건은 상임위에서도 추궁할 수 있는 만큼 당초 합의한 본회의 일정까지 바꿀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완강한 입장을 견지.
이에 대해 김 신민총무는 『우리당으로서는 장관취임후 끊임없이 강경진압책을 지시해오다 인명살해까지 이르게한 안장관을 도저히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어 답변을 들을 수 없다』고 말하고 『안장관의 인책조치없이는 총무간 쟁점사항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김 민자총무는 이때 『안장관에 대한 인사조치가 분명히 꼭 있을 것이라는 말은 김 신민총무에게 「비공식적으로」전했다』고 김총무가 전언.
결국 공식적으로 의사일정 합의는 되지 않았으나 『안장관이 물러나면 이번주부터의 상위활동에 당력을 집중,강군 사건등을 파헤치겠다』고 김총무가 기자들 질문에 답변한 내용을 보아 안장관의 조기경질 조치를 암시.
○…한편 대정부 질문이 끝나는 27일 국회 본회의장은 갑자기 돌출한 강경대군의 구타치사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안응모 내무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야당측의 거센 항의와 실력저지에 부딪쳐 한차례 정회소동을 빚는등 난항을 거듭.
정부측은 노재봉 국무총리가 『내각의 책임자로서 「통렬한」 죄책감을 느끼며 국민과 국회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사과 발언을 두차례씩 거듭했으나 신민당등 야당은 안장관의 즉각 파면을 요구,정부측을 코너로 몰아 일방적인 난타를 가했다.
이날 본회의는 야당측이 노총리에 이어 답변하려던 안장관을 실력으로 저지,국무위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극히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반증했다.
그동안 야당의원들의 야유와 실력행사에 대해 맞고함을 지르며 정부측을 옹호해왔던 여당의원들도 이철용·이협 의원등 신민당의원들의 실력행사와 「살인마」운운하는 원색적인 발언에 대해 묵묵부답하면서 본회의장 단상에서 벌어지는 안장관 답변저지 광경을 바라만 보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 이번 사건에 정부·여당이 얼마나 곤혹스러워 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부각된 쟁점사항은 ▲강군 폭행치사사건에 따른 정부관계자의 인책범위 ▲백골단의 해체 ▲현장지휘관의 구속등.
최훈 의원(신민)은 이날 질문에서 『내무장관을 즉각 사퇴시키고 국민의 원성인 백골단을 해체하며 현장에서 지휘한 관련자들을 즉각 구속하라』고 요구하면서 『4월 들어서만도 경남대 정진태군과 원광대 유철근군이 경찰이 쏜 직격탄에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고 전남대 최강일군은 왼쪽눈이 실명했다』고 주장. 여당의원인 김일윤 의원(민자)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것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가세.
여야의원들의 강경발언이 잇따르자 평소 꼿꼿한 답변태도로 일관해왔던 노총리는 답변에 들어가기 앞서 『얼마전까지 학교에 있었던 사람으로 지금은 행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통렬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머리숙여 사죄.
그러나 인책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확한 답변을 회피해 야당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정부측은 백골단 해체와 현장지휘자 구속등에 대해서도 앞으로 시위진압 전경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하고 규정된 장비이외의 장비를 시위진압에 사용치 못하도록 지휘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수준에 그쳤다.<김현일·정순균·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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