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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K-1 보다 연예인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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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정해년. 돼지해에 누구보다 바쁜 남자가 있다. “황금 돼지해에 아빠 되려고 밤낮으로 ‘억수로’(?) 노력한다 아입니까.” 첫 만남부터 부산 사투리로 자신의 행복한 신혼 생활을 살짝 털어놓는 강호동.

미혼인 기자가 얼굴이 발그레져 말을 잇지 못하자 특유의 높고 낮은 억양으로 “나중에 결혼하면 다~ 알게 돼요”하며 팔을 툭 친다. 천하장사 강호동에서 전문MC로 전향. 방송 데뷔 14년차지만 인터뷰 횟수는 손을 꼽을 정도인 그를 새해를 앞두고 어렵사리 만났다.

△호동이 형. 혼좀 그만 내세요.

SBS TV [X맨] [스타킹] [야심만만] 그리고 MBC TV [황금어장]. 현재 공중파 4개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강호동은 요즘도 예능프로 녹화장에서 후배 연예인들에게 ‘무서운 존재’로 꼽힌다.

“열심히 안 하면 호동이 형한테 혼나요” “호동이 형한테 끌려간 적 없으시죠? 진짜 온 몸으로 녹화장에서 구르지 않으면…” 겁먹은 후배들의 증언처럼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선 그가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예능 프로그램 MC들은 “강호동이 진행자를 맡으면 따로 할 일이 없어 맘이 놓인다”고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정작 강호동은 지금까지의 무용담(?)을 들려달라고 하자 “나는 절대 강압적인 사람이 아니다”며 손사례를 친다.

“다만 후배들에게 그렇게는 얘기하죠. ‘니들이 엊그제 30시간 잠을 못잤든. 꼴딱 새서 지방 행사를 돌고 왔든 시청자들은 사정을 모르고 이해해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웃음을 주려고 나온 우리니까 카메라 앞에서는 최선을 다하자. 우리는 돈 받고 뛰는 프로 아니냐’”

최근 맡은 SBS TV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은 강호동이 요즘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그램. “연예인만 나와서 뛰어다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시청자에게 좀더 다가가는 오락 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독특한 재능을 가진 시청자들이 나와 끼를 선보이고 상금을 타는 이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사실상 장단을 맞추는 조연의 위치에 불과하지만 “시청자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일이라 녹화장에서 어느 때보다 가슴 설레고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아침마다 삼겹살 먹어요.

지난해 9세 연하의 미모의 대학원생 이효진씨와 결혼식을 올려 노총각 대열에서 탈출한 강호동. 행복한 신혼 생활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에서 밝힌 프러포즈 내용처럼 “아침마다 함께 삼겹살을 정말 구워먹느냐”고 묻자. 머리를 긁적이며 “사실 아침에 고기를 먹는 사람 주변에 많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며 억울하단 표정을 짓는다.

아내 이효진씨가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이 강호동과 같아서 매일 저녁이면 LA 갈비나 삼겹살을 냉동실에서 꺼내 두었다가 아침에 구워 먹는다.

“‘아침은 황제처럼’이 내 식생활의 모토인데. 사실 문제는 내 점심과 저녁 식사 모두 황제 같은 데에 있다. 하하”

어머니와 함께 서울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강호동은 “우리가 함께 즐겁게 사는 것이지 ‘모시는’ 것이 아니다. 결혼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내 마음속 약속이었고 나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믿고 따른 아내에게 고맙다”고 사랑을 표시했다.

인터뷰 중. 강호동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대기실에 들른 신화 앤디와 가수 이지훈이 “호동이 형이 결혼한 뒤로 여자 팬들이 다 도망갔다. 어떡하냐”고 장난을 치자 강호동은 “결혼하고 얻는 안정감과 편안함은 생각보다 크다. 책임감이 들어 총각 때와는 달리 잠도 못 자고 앞으로의 인생을 걱정하는 시간도 늘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며 “사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 혼자만 살자고 하는 말이지만(웃음). 앤디나 지훈이처럼 연예인을 만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과 결혼한 것이기 때문에…”라며 그들을 재치있게 응징했다.

△K-1 있었어도 연예인 했을 것

지금이야 ‘최고 MC’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강호동이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씨름계에서 은퇴하고 학업을 마치기 위해 전향했을 때. 강호동은 받아준다는 대학교에서 갑자기 입장을 철회해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됐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널 개그맨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이경규의 제안으로 방송에 입문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천하장사의 영예를 다 버리고 ‘뚱뚱하고 우스꽝스러운’ 혹은 ‘목소리 크고 무식한’ 초짜 방송인으로 프로그램에 나오자 선후배 운동선수들은 “꼭 그렇게까지 망가지면서 돈을 벌고싶냐”고 쓴소리를 했다.

“난 지금도 부족하다. 마치 운전 면허증도 따기 전에 엉겹결에 1톤 트럭을 몰게 된 운전사 심정이 이럴까. 개그를 짤 줄도 모르는 내가 10년 넘게 방송을 하고 있으니…. 예전 씨름판에서 20년 넘게 경력이 있는 한 선배가 ‘내가 20년이 넘으니 씨름이란 게 뭔지 알 것 같다’고 했었는데. 요즘에서야 ‘그 선배말은 이런 게 아니였을까’ 어렴풋이 생각하곤 한다.”

강호동의 ‘MC론’이 이어진다. “MC는 한가지 자세만 있으면 안 된다. 씨름을 할 때도 상대가 가벼운 체격인지 무거운지. 혹은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내 주특기나 대응 자세를 바꿔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청자의 요구를 잘 수용하는 유동적인 방송인이 되고 싶다.”

씨름 선수 출신으로 이종격투기 K-1 월드 스타가 된 최홍만처럼 혹시 그 시절에도 K-1이라는 분야가 있었다면 강호동의 미래가 바뀌었을까. “아마도 잘은 모르지만 잘되든 못되든 개그맨에 먼저 도전해 보지 않았나 싶다. K-1도 좋지만 힘 쓰는 일보다 내 안에 숨겨진 다른 재능을 먼저 찾아보고 싶었던 시기였다.”

강호동은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 준 인물로 선배 개그맨 이경규를 꼽았다. “내가 씨름을 그만두고 방황하고 있을 때 이경규 선배가 ‘내가 너를 유명하게 하지 못하면 개그맨이라는 옷을 벗겠다’며 나를 이끌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을 담보로 후배를 키운다는 것은 보통 애정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돼지 해에 자신을 닮은 2세를 낳아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강호동. “이번 구정엔 혼자가 아닌 둘이라 든든하다. 가서 전도 부치고 고기도 먹고. 예쁜 아내랑 세배도 드리고. 이래서 결혼하면 제2의 인생을 산다고 하는 건가.(웃음)”

JES 김성의 기자 [zzam@jesnews.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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