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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 '10원 발언' 부메랑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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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용훈 대법원장이 4일 아침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탈세’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이용훈 대법원장은 4일 변호사 시절의 세금 신고 누락과 관련,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돈을 관리했는지를 이해해 달라. (탈루 사실을 알고도) 속인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솔직히 (언론에) 섭섭하다. 하지만 일국의 사법부 수장이라면 무한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통장 모두를 보여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출근한 이 대법원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기다리던 기자들이 "수임료 신고 누락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질문 공세를 퍼붓자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이라면 모두 말해주겠다"며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대법원장이 접견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간담회는 오전 9시20분부터 대법원청사 11층 접견실에서 40분간 진행됐다. 이 대법원장은 "한 나라의 책임자가 도덕성 문제가 있다면 정말 문제가 있는 거다. 뭐든 물어보라"며 질문을 유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19일 본지 기자에게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는데.

"그때는 세무사 사무실 직원의 실수로 신고액이 누락된 사실을 몰랐다. 세무사 사무실에 수입명세서를 낼 때 두세 번씩 검증해 절대 빠졌을 리 없다고 생각해 중앙일보 기자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다. 지금 와서 '세무사 너 잘못했다'고 한들 무슨 득이 되겠나."

-변호사 시절 수임료 관리는 어떻게 했나.

"변호사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하나의 관심거리가 '십일조 헌금을 어떻게 내느냐'였다. 내가 모두 번 돈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 변호사 사무실 통장에 넣어놓고 매달 500만원올 꺼내 450만원은 집사람에게 주고 50만원은 십일조하는 식으로 사용했다."(※이 대법원장은 2000년 7월~2005년 9월 변호사 활동을 하는 동안 397건의 사건을 맡아 60여억원의 소득을 올렸음)

-골드먼삭스 측의 변호인이 된 경위는.

"외국 자본이고 투기자본이었기 때문에 세 번이나 거절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한국 법조계가 외국 자본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법조계가 외국 자본도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말을 듣고자 수임했다."(※수임 배경에 대해 '기본적으로 나라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부연 설명함)

-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에 골드먼삭스 측과 골프모임을 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내 평생 그쪽 사람과 골프한 적이 없다."

-검찰과의 '영장 갈등' 와중에 세금 신고 누락 사실이 드러나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대법원장쯤 되는 공직자라면 무한대의 검증을 거쳐서도 자신이 있어야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그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이 대법원장은 '여러 가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여운을 남김)

이 대법원장은 "오전 10시 공식 모임이 있다"는 변현철 공보관의 만류가 있고서야 간담회를 끝냈다. 그는 "한 가지만 부탁하자. 납득이 안 될 것 같아 이렇게 만났지만 의혹이 증폭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문병주.백일현 기자 <byungjo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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