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진출 편승/「허위합작」의혹/한중합작 「한청개발」설립 미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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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은 투자승인 받지 않고 언론발표/국내파트너도 공장위치조차 몰라
북방진출붐을 타고 허위합작투자 프로그램을 선전,중소기업에 접근하는 사기성이 짙은 기업들이 생겨나 말썽을 빚고 있다.
이들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언론에 발표,언론의 공신력까지 교묘히 이용하고 있어 대외정보에 약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주)한국특수베어링(대표 윤승길)이란 회사가 23일 중국청도시 정부와 합작으로 (주)한청개발을 설립하고 앞으로 15년동안 한국기업의 대청도시교류를 독점한다고 지난 23일 무역협회 기자실에서 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주한 중국무역대표부는 25일 『청도시정부가 한국기업과 합작으로 한청개발을 설립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또 미수교국과의 합작을 신청받고 승인하는 한은도 『80건에 1억2천만달러의 대중국투자를 승인했으나 한청개발이나 한국특수베어링으로부터는 신청조차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당초 윤사장은 청도시장일행과 23일오후 공식조인식을 갖고 15년동안 독점적 역할을 할 한청개발을 통해 무역업과 함께 청도시에 국내회사로 컨소시엄을 구성,15억달러의 자본을 투자해 대규모 공단과 무역센터를 건설하며 인천∼청도간 카페리를 취항시키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23일 하이야트호텔에서 열리기로한 공식조인식에 중국관계자는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18일부터 24일까지 방한한 청도시장 일행 8명은 한국특수베어링이 아니라 (주)고려합섬에 의해 공식초청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윤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조인식 시간인 23일 오후 7시에는 고려합섬관계자와 마지막 만찬을 나누고 있었다.
고려합섬측은 『청도대표단의 방한목적이 전경련·무역협회에서 한국기업의 보다 자유로운 청도진출을 권유하는데 있었다』고 밝히고 『이에 비추어 한청개발이 15년동안 대청도투자와 교류를 독점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윤사장은 『안기부등 정부기관의 압력으로 공식석상에 중국측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미 합의서 체결은 끝난 상태』라고 주장했으나 합의서 공개에 대해서는 『그동안 비밀리에 추진해온데다 실무자가 서류를 갖고 지방에 출장갔다』며 공개를 회피했다.
윤사장은 당초 한국특수베어링이 한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특수베어링 생산업체라고 주장했으나 한국베어링중공업협회에 따르면 공장이 있다는 부산시 장임동에는 같은 이름의 간판을 내건 공장이 없고 주택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무역협회와 무역진흥공사등 무역관계자들도 『한청개발에 대해 전혀 들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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