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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의 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주도에는 「삼」자가 들어가는 말이 많다. 삼다·삼무·삼보·삼성혈 등…. 삼다란 돌이 많고 바람이 많고 여자가 많다는 뜻이다.
삼무는 도둑이 없고 걸인이 없고 대문이 없다는 뜻이다. 도둑이 없으니 대문이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삼보는 우선 한라산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는 진귀한 야생식물들을 첫번째로 꼽는다. 그리고 섬 전체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명승과 경관 또한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세번째는 좀 특이하다. 토박이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와 전혀 다른 말을 쓰고 있다. 바로 그 특유한 방언을 그들은 보물처럼 아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삼보로 그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것들이 많다. 이맘때 쯤이면 온 섬을 뒤덮다시피하는 향그러운 유채꽃하며,바다내음 맡으며 소주와 곁들여 먹는 옥돔의 그 삽박한 맛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보물이다.
그러나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삼보가 또 있다. 그것은 제주도에 흩어져있는 수많은 민화와 전설이며 공해에 찌들지않은 공기,그리고 때묻지않은 인심이다.
제주도에는 1천여종의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는 「고종달형」이라는 전설도 있다. 내용인즉 제주는 원래 왕후지지인데 이 사실을 안 대국의 왕이 술사인 고종달을 제주에 보내 큰 인물이 날 지혈을 다 끊어버렸다.
그런 다음 고종달은 배를 타고 섬을 떠나다가 한라산신의 노여움을 사 바다에 빠져죽고 말았다. 왕후지지란 왕이나 제후가 날 땅이란 뜻이다.
그 남국의 섬 제주도에 북국의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들른 것이다.
천혜의 경관과 이국적인 풍물,그리고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환상의 섬에서 북국의 손님은 무엇을 생각할까.
마침 노태우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제주도는 신혼부부가 자주 찾는 곳이라면서 『우리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가 신혼부부라는 심정으로 성심껏 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뿐 아니라 제주도의 이 따뜻한 봄바람이 한반도를 녹이고 더 나아가 아시아 전체를 따뜻한 봄 물결로 녹이자는 내용의 말도 했다.
아마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매혹적인 제주도의 봄에 반해 남북의 지혈을 잇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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