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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가 교수보다는 끗발이 더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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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가 교수보다는 끗발이 더 좋다(?). 한국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진리일지도 모르는 이 명제가 증권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LG가 3세인 구본호씨는 지난 2일 80억원을 투자, 액티패스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며 미디어솔루션에 이어 코스닥시장에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액티패스가 이날 공시 전까지 세번의 상한가를 포함, 10일 연속 상승했다는 것이다. 액티패스는 3일 개장과 함께 상한가로 치솟아 거래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규모가 크다보니 거래사실이 미리 시장에 알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본호씨는 지난해 10월 220억원을 출자,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며 코스닥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이때 미디어솔루션은 1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5배이상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구본호씨는 손대는 코스닥상장사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미다스의 손'이 된 셈이다.

구본호씨는 2005년 12월에도 더존비즈온의 지분 11.59%를 장외에서 1933원에 매수했으며 더존비즈온은 2일 3025원으로 장을 마치며 53%의 주가수익률을 기록했다.

2006년 증권시장을 뒤흔든 또 한명의 '미다스의 손'은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이었다. 장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 펀드)를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한국 증시에 저평가 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장하성 펀드가 가장 먼저 투자한 대한화섬과 태광산업도 투자사실을 밝힌 공시 이후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에 '지배구조 개선' 이라는 대전제를 던지며 한편에서는 또 하나의 투기펀드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장하성 펀드지만 실제 주가 상승률은 구본호씨의 투자에 비하면 미미한(?) 편인 셈이다.

투자자들은 구본호씨의 투자로 해당기업의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LG가라는 대기업의 후광 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가치가 현재보다 한단계 더 상승할 것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본인의 판단이 중요한 주식 투자에서 누군가를 좇아서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기업체의 비지니스 모델과 실적, 미래전망 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정석인데 CB.BW 인수만을 따라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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