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발 빼는 행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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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2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 최종안이 언제 나올지 못 박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중 개혁안 마련, 국회에 상정하겠다던 기존 행자부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임기 안에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일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1월 중순께 개혁안을 행자부에 건의할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 각 부처와 이해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정부의 최종안이 언제쯤 나올지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박 장관은 "제도발전위원회 권고안이 나오면 재정 분석과 적정 부담률, 타 연금과의 균형 여부, 이해당사자와의 갈등 조정, 외국 제도 등을 검토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와 제도발전위에서 충분히 검토한 것이다. 이용섭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행자부가 자체적으로 준비해온 안을 검토하고 KDI의 용역보고서를 종합해 연말까지 최종안을 낼 것"이라고 했던 것과도 다른 입장이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의 주장은 시간을 끌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DI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연구를 주도해 온 문형표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와서 개혁 시기를 늦추는 것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대선 국면에 묻혀 연금 개혁을 제대로 못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 "정치 일정에 대한 판단은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좋은 안이 만들어진다면 빨리 통과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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