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를 맞아 여야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전직 대통령을 방문해 새해 인사를 했다. 2일 한나라당 이명박 전서울시장은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왼쪽 사진)한 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예방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이날 서울 동교동 사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았다(오른쪽 사진). 한나라당의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사진=오종택 기자, 국회사진기자단]
◆경선 논쟁 점화할까=이 전 시장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국민은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 국민의 뜻도 많이 반영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당이 정권교체에 대한 생각을 갖고 (경선 방식을) 검토한다면 어느 후보든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국민이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이 '당심(黨心.당원의 마음)'과 '민심'이 반반씩 반영되는 현행 경선 방식에 불만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논쟁을 본격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 전 지사도 1일 관련 질문을 받고 "최종적으로 한나라당이 본선에서 이기도록 할 수 있는 인물을 뽑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떤 게 본선에 강한 후보를 뽑는 데 적합한 제도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왕성해질 것"이라며 논쟁에 가세했다. 캠프 관계자는 "현행 방식에 고집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경선 방식 논의에 대해 부정적이다. 캠프 관계자는 "경선 규정에 대해 당사자인 주자 측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현행 방식은 9개월 동안 전국을 다니며 57회의 공청회를 거쳐 만든 것으로 몇몇 분의 유불리에 따라 고치면 안 된다. 그러나 당원들이 바꿔야 한다면 따르겠다"고 말해 왔다. 현재 이 전 시장은 일반 국민 지지율에서는 박 전 대표에게 두 배 정도 앞서지만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3%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본지 1월 1일자 2면 '한나라당 대의원 여론조사' 참조>본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대선 주자와 당 지도부의 만찬에서도 경선 시기에 대한 언급이 일부 나오긴 했으나 추후 논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나흘 만에 다시 경선 방식에 대한 논의가 불거진 것이다.
◆신발끈 매는 후보들=이 전 시장은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차례로 방문해 신년 인사를 했다. 이 전 시장이 "국민은 선거를 조용히 치러 경제에 영향이 없길 바라는 것 같다"고 하자 YS는 "선거는 좀 시끄러워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이 DJ에게 "요즘 정치를 하면서 호남을 많이 다녀 보니 호남도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하자 DJ는 "호남이 영남보다 더 열려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 캠프도 대선 주자로서 본격 행보의 신호탄이 될 3일 캠프 신년 인사회를 앞두고 사무실 리모델링을 하는 등 막바지 준비 작업을 했다. 박 전 대표는 후원회 자동응답 시스템(ARS)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이를 개통하는 행사를 하기로 했다.
손 전 지사는 라디오 프로에서 "우리나라가 프로젝트 하나에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다"며 "1960, 70년대 개발연대식 방식으로 세계 일류 국가가 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와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를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YS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 새해 인사를 했다.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 등 공직 후보자를 선출할 때 일반 국민이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2년 대선 때 여야 경선은 당원 위주로 이뤄져 일반 국민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글=강주안·서승욱 기자<jooa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