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86세대 넘어 미래로 (上) 80년대 낡은 틀을 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회=김종혁 정책사회 데스크

어느새 20년이 흘렀습니다. 386세대를 상징하는 여야 의원들과 송년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 있는 서울 시청앞 광장에 섰을 때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그땐 이 거리가 최루탄 가스 때문에 이 거리를 눈물 없이 걷기 어려웠지요. 독재 정권에 저항하고 절규하던 청년들은 이젠 흰머리가 희끗희끗 비치는 기성세대가 됐습니다. 386세대는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자랑스럽지요. 하지만 21세기의 초엽에서 왜 이리 허전한지요. '우리가 꿈꾸던 민주화가 이런 것이었나'하는 자괴감 때문입니다. 반성만 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이제 다시 비상(飛翔)해야 합니다. 386세대가 민주화에 쏟던 열정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만들어내는 주역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김종혁 데스크(사회)=6.10 민주화 항쟁으로 대표되는 1987년의 상황은 한국 현대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송영길 의원(열린우리당)=6.10 항쟁은 3.1운동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민주주의를 불러일으켰다. 건국 이래 최초로 여야 합의로 헌법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민적 동의에 기초한 헌법이었고, 6.10 항쟁의 성과였다. 3.1운동도 민족대표 33인 운동 이후에 지역별 운동이 일어났듯이 87년도 7, 8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직선제 개헌을 넘어서 사회 경제적 분야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운동으로 확산됐다.

▶김명주 의원(한나라당)=그때까진 역사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바꾼다고 여겼다. 그해 6월을 거치며 "이렇게 역사가 바뀌는구나" 하는 경험을 했다. 386세대의 공통 경험이었다. 뭉쳐서 힘을 합치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 ▶부산동고, 고려대 영문과 81학번, 고려대 총학생장, 16·17대 의원.

▶김영춘 의원(열린우리당)=6.10항쟁은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87년 이후 부의 재분배가 활성화됐다. 동시에 "꼭 급진적인 방식만이 답은 아니다"는 희망과 믿음을 줬다. 민주화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이 급진적 혁명주의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사회=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화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명주=선거를 통해 정상적인 여야 정권교체를 경험했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거의 정착됐다. 민주화 정도로만 본다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된다.

▶사회=그러나 시위는 여전히 과격하다. 최루탄은 사라졌지만 쇠파이프는 여전하고, 폴리스 라인은 지켜지지 않는다. 공권력은 쉽게 무력화되고 있다. 요즘 시위대가 '386 당신들도 데모하고 화염병 던져놓고 지금 우릴 비난하는 거냐'고 따지면 뭐라고 하겠나.

▶김명주=87년 당시는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정당성이 결여된 정권이었다. 따라서 당시 시위는 국민의 저항권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헌법적 저항권이 아니라 법률 테두리 내에서 허용되는 시위권의 문제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얘기돼야 한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광주 대동고, 연세대 경영대 81학번, 연세대 총학생회장, 16·17대 의원.

▶송=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12.12 내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금 국민이 뽑은 정부에서 폭력시위를 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다. 이걸 엄정하게 다스려야 국민이 법을 신뢰할 수 있다. 폭력에 계속 양보하고 무너진다면, 그런 게 일반화돼 사회 혼란이 일어나면 다시 독재에 대한 향수가 나올 수 있다.

▶김영춘=과거엔 (정권의) 폭력에 의해 숨죽였을 뿐이지 규범화된 질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해방되니, 이젠 법의 테두리까지도 뚫고 표출되는 것이다.

▶사회=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권위는 뭔가.

▶김명주=우선 대통령처럼 제도에 의해 주어지는 권위가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많이 해체돼 문제다. 또 문화가 주는 권위가 있다. 훌륭한 예술가를 존중하고 연장자를 존중하는 의식처럼 제도보다 문화가 주는 권위가 있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압축성장했는데 문화와 의식이 못 따라가는 지체 현상이 있다. 제도적 권위뿐 아니라 문화적 권위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노무현 대통령이 마땅히 지켜야 할 권위까지 깨버려 권위에 대한 아노미(혼란)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다.

▶송=대통령의 발언 하나는 국가의 대표 의사로 간주된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정리해 줘야 하는데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논란의 시작이 되면 사회가 불필요한 혼란에 휩싸인다.

▶김영춘=법이 보장하는 권력, 국민이 기대하는 권위는 철저히 지키는 게 대통령의 의무다. 대통령의 어법과 스타일에는 대통령 개인의 취향과 관계없이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반대로 국민 역시 대통령에 대해 지켜줘야 할 권위가 있다. 노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제도로서의 대통령 직은 존중돼야 한다.

▶사회=학생운동의 발전과정에서 주사파가 등장했는데.

▶김영춘=태동 때부터 사이비 운동이었다. 합리적 사유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 구절 중엔 멋진 말도 있지만, 그게 국가 사회를 발전시킬 원리라고 인정할 수 없다. 주체사상이 지금까지도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상적 의심을 불러오는 불쏘시개가 되는 걸 보면 과거로부터의 저주라는 생각이 든다.

▶송=주체사상은 이성의 포기, 유사종교 같다. 하지만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2000년 남북정상 회담 이후 북한의 실체가 확인돼 주체사상이 과거 같은 폭발력과 위험성은 없다고 본다.

▶사회=반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명주 한나라당 의원 ▶통영고, 서울대 법대 87학번, 창원지법 판사, 변호사, 17대 의원.

▶김영춘=미국에 대해 과도한 애정을 갖거나 혹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 냉정하게 국익 추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정리된다. 한.미 동맹은 활용할 요소가 많다. 한.미 동맹을 일정 시기까지는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용미(用美)다.

▶송=한.미 협력과 남북 화해협력은 서로 부딪히지만 이걸 양립시켜야 한다. 북한은 경제 개선을 가장 원하는데 그걸 해줄 나라가 미국이다. 우리도 북한을 끌어들이려면 미국이 있어야 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과 다시 일어나는 일본, 신흥 성장국가 러시아는 한국과 전부 영토 문제가 연결돼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이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명주=상대 국가의 생각과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을 어떻게 볼지는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반미나 친미는 개인 감정일 수 있다. 미국이 가장 강력한 나라인 게 현실이니 분명히 알고 대응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너무 자주를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 입장대로 했다.

▶사회=과거 역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박정희가 있는데 그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명주=그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아이콘이다. 후진국이 근대화를 이루려면 권위주의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 다시 태어나 우리 사회가 그 당시 모델로 간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60~70년대는 먹고사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인권이었다. 그때는 박정희 시스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개발독재를 할 수 없다.

▶김영춘=산업화의 공이 분명히 있었다. '다른 사람이면 못했을까'하는 가정은 무망하다. 하지만 나보고 선택하라면 나는 다른 시대를 택하겠다. 불확실해도 민주주의 기초 위에서 합의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더뎌도 역사에 대한 줄기를 세우면서, 사회의 도덕적 규범을 정립하면서 경제 발전을 하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송=군사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건 헌정질서를 왜곡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 분야의 발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시장과 경쟁하는 산업 프레임, 경제발전의 전략 틀을 짜놓았다. 역설적으로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토양이 민주주의를 낳았다. 경제적 토대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사회=2차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이 100여 개가 넘지만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을 모두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총론적으로는 성공한 역사다. 한데 노무현 정부는 부끄러운 과거와 잘못만 부각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송=과거사 문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형태로 가면 안 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데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친일과 군사 쿠데타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니까 정리하자는 것이다. 국민에게 과거만 파헤치는 걸로 비춰진 것은 잘못됐다.

▶사회=노무현 정부는 386이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한데 386의 실패가 아닌가.

▶김영춘=개혁.진보 세력의 시야가 지나치게 과거에 가둬져 있었던 결과다.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시대는 80년대와는 전혀 다른 구조이고, 세계다. 국민은 '어떻게 이 나라를 끌고 갈래'라고 묻고 있다. 우리 시선은 80년대적 시야와 사고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과 상황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좌파 신자유주의'라면서 패션 같은 말을 한다. 큰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 민주화 세력도 '어? 어~'하고 아연실색하고 있을 뿐이다.

▶김명주=노 대통령은 투쟁의 틀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해 실패했다. 나는 민주고 너는 반민주, 나는 정의고 당신은 부정이라는 식이다. 상황이 변했다는 현실 인식을 못했다. 세계화.신자유주의.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신없이 질주하는 속도의 한가운데에 대한민국이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을 안 했고, 대답도 진지하게 해준 적이 없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물론, 된 다음에도 고민을 별로 안 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정치의식은 80년대 민권 변호사 수준에 멈춰 있다.

▶송=노무현 정권이 386 정권이라는 건 정확하지 않다. 청와대에 386 비서 몇 명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민주화를 이뤘고, 386이 지식기반 사회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중간 허리가 됐다. 몇 년만 지나면 모든 영역에서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놓인다. 우리가 답을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리더십은 국제 외교 역량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국내 문제로 콩 볶지 말고, 세계적인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386이 그런 능력이 있느냐는 의심도 있다.

▶김명주=노무현 정권에 있는 386들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역사를 바꿨고, 참여해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386이 그 경험을 공유하는 건 개인과 한 세대에 큰 의미가 있다. 노무현의 실패가 386의 실패는 아니다. 우리는 젊고,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김영춘=386 전체에게 반성하라면 억울할 사람이 많다. 나처럼 정치권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직장인도 과학자도 있다. 386의 특징은 공동체 의식과 참여정신이 강하고 소외계층에 온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살려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순항하게 기여해야 한다. 민주화 세대를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로서, 비전과 대안을 가진 세대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정계와 학계, 경제계, 언론계에 있는 386들의 책무다.

▶사회=386은 노무현을 지지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386의 표심이 집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는가.

▶김영춘=분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거나 진보적 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병용을 주장할 수 있다. 민노당을 지지하는 386 세대들은 사회민주주의를 대안으로 볼 것이다. 386끼리의 경쟁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김명주=대선은 이념의 틀이 아니라 인물로 움직인다. 이번에 386 세대는 각자의 세계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386의 열광은 기득권에 대한 도전의식이 컸다. 지금은 객관적 상황이 달라져 집단적 표출은 안 될 것이다.

▶송=박정희는 정경유착을 했지만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정보산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노무현 시대는 혁신이라고 하지만 선명한 게 보이지 않는다. 이어령 교수가 분배형 리더십과 생산형 리더십이라는 말을 했다. 지금 우리는 임꺽정이나 홍길동 같은 분배형 리더십이 아니라 문익점.장영실처럼 생산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있는 부를 나눠주는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게 아직 없기 때문에 먼저 먹고살 토대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정리=박수련 기자

▶김명주=그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아이콘이다. 후진국이 근대화를 이루려면 권위주의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 다시 태어나 우리 사회가 그 당시 모델로 간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60~70년대는 먹고사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인권이었다. 그때는 박정희 시스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개발독재를 할 수 없다.

▶김영춘=산업화의 공이 분명히 있었다. '다른 사람이면 못했을까'하는 가정은 무망하다. 하지만 나보고 선택하라면 나는 다른 시대를 택하겠다. 불확실해도 민주주의 기초 위에서 합의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더뎌도 역사에 대한 줄기를 세우면서, 사회의 도덕적 규범을 정립하면서 경제 발전을 하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송=군사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건 헌정질서를 왜곡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 분야의 발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시장과 경쟁하는 산업 프레임, 경제발전의 전략 틀을 짜놓았다. 역설적으로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토양이 민주주의를 낳았다. 경제적 토대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사회=2차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이 100여 개가 넘지만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을 모두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총론적으로는 성공한 역사다. 한데 노무현 정부는 부끄러운 과거와 잘못만 부각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송=과거사 문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형태로 가면 안 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데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친일과 군사 쿠데타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니까 정리하자는 것이다. 국민에게 과거만 파헤치는 걸로 비춰진 것은 잘못됐다.

▶사회=노무현 정부는 386이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한데 386의 실패가 아닌가.

▶김영춘=개혁.진보 세력의 시야가 지나치게 과거에 가둬져 있었던 결과다.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시대는 80년대와는 전혀 다른 구조이고, 세계다. 국민은 '어떻게 이 나라를 끌고 갈래'라고 묻고 있다. 우리 시선은 80년대적 시야와 사고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과 상황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좌파 신자유주의'라면서 패션 같은 말을 한다. 큰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 민주화 세력도 '어? 어~'하고 아연실색하고 있을 뿐이다.

▶김명주=노 대통령은 투쟁의 틀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해 실패했다. 나는 민주고 너는 반민주, 나는 정의고 당신은 부정이라는 식이다. 상황이 변했다는 현실 인식을 못했다. 세계화.신자유주의.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신없이 질주하는 속도의 한가운데에 대한민국이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을 안 했고, 대답도 진지하게 해준 적이 없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물론, 된 다음에도 고민을 별로 안 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정치의식은 80년대 민권 변호사 수준에 멈춰 있다.

▶송=노무현 정권이 386 정권이라는 건 정확하지 않다. 청와대에 386 비서 몇 명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민주화를 이뤘고, 386이 지식기반 사회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중간 허리가 됐다. 몇 년만 지나면 모든 영역에서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놓인다. 우리가 답을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리더십은 국제 외교 역량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국내 문제로 콩 볶지 말고, 세계적인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386이 그런 능력이 있느냐는 의심도 있다.

▶김명주=노무현 정권에 있는 386들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역사를 바꿨고, 참여해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386이 그 경험을 공유하는 건 개인과 한 세대에 큰 의미가 있다. 노무현의 실패가 386의 실패는 아니다. 우리는 젊고,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김영춘=386 전체에게 반성하라면 억울할 사람이 많다. 나처럼 정치권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직장인도 과학자도 있다. 386의 특징은 공동체 의식과 참여정신이 강하고 소외계층에 온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살려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순항하게 기여해야 한다. 민주화 세대를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로서, 비전과 대안을 가진 세대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정계와 학계, 경제계, 언론계에 있는 386들의 책무다.

▶사회=386은 노무현을 지지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386의 표심이 집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는가.

▶김영춘=분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거나 진보적 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병용을 주장할 수 있다. 민노당을 지지하는 386 세대들은 사회민주주의를 대안으로 볼 것이다. 386끼리의 경쟁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김명주=대선은 이념의 틀이 아니라 인물로 움직인다. 이번에 386 세대는 각자의 세계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386의 열광은 기득권에 대한 도전의식이 컸다. 지금은 객관적 상황이 달라져 집단적 표출은 안 될 것이다.

▶송=박정희는 정경유착을 했지만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정보산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노무현 시대는 혁신이라고 하지만 선명한 게 보이지 않는다. 이어령 교수가 분배형 리더십과 생산형 리더십이라는 말을 했다. 지금 우리는 임꺽정이나 홍길동 같은 분배형 리더십이 아니라 문익점.장영실처럼 생산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있는 부를 나눠주는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게 아직 없기 때문에 먼저 먹고살 토대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정리=박수련 기자



하편은 '87·97·07학번이 말하는 민주화'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