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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핵사찰 받아들여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반드시 말려야 된다. 그것은 핵강대국들 스스로가 핵경쟁의 공멸위험성으로부터 뒷걸음치고 있는 이 시대에 한반도에 시대착오적 핵개발 경쟁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우선 그렇다. 민족상잔의 전쟁을 한차례 겪고 또 다시 핵경쟁까지 하게 된다면 민족 공동체나 통일에의 꿈이나 모두 허사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적 외교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다행이다. 미국과 일본이 계속 관계개선의 조건으로 북한이 국제핵안전감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오고 있다. 또 중국도 이 점에서는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징후는 북한에 핵기술을 제공하고 핵연료를 공급해준 소련이 만약 북한이 계속 국제핵사찰을 거부한다면 더 이상 핵연료를 공급해주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사실이다. 우리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때 이 점을 다시 공식화하고 실행해 주기를 바란다.
북한은 지금껏 그들의 핵무기개발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그러나 미국등은 공중사진 촬영결과 영변에 위치한 핵시설이 연구용으로서는 너무 크고 발전소로서는 너무 작다는 점을 들어 의혹을 가져왔었다.
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추출시설로 보이는 구조물이 건설중에 있다는 증거도 포착되었다.
한창 평화지향적으로 질서개편을 모색하고 있는 동북아지역에서 관련국가들은 거의 모두가 아직 냉전시대의 사고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북한의 태도에 애를 먹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에 모두가 민감한 것은 이 지역 평화구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결국 남한의 핵무기개발 유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종래는 일본까지 자극할 위험이 크다. 그럴 경우 이 지역에 새로운 긴장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반화 돼있다.
이러한 우려는 물론 이 지역의 질서개편에 관련돼있는 당사국의 이해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이번에 보인 소련의 북한에 대한 핵정책은 결국 한반도의 비핵화가 포함되는 아시아집단 안보체제와 관련된 구상으로 불 수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그들의 군사력을 이 지역에서 축소시킴으로써 소련이 반사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 역시 소련의 적극적 역할을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다.
일본 역시 이 지역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며 중 소와 교섭을 벌이며 북한을 상대로 수교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통된 점은 북한의 핵문제에 관한한 견해가 일치하고 있음은 북한 당국자들은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은 물론,미국을 비롯해 북한이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는 모든 서방국가들은 모두가 그 조건중의 하나로 핵사찰에 응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을 예측불가능한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러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서 북한은 핵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신뢰를 얻는 지름길은 지금으로서는 핵문제의 해결이 가장 합당한 것처럼 보인다. 통일을 위한 남북한의 평화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또 북한의 바람직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성장과 기여를 위해서도 북한은 분명한 언행으로 핵사찰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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