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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 합작 영화 홍몽 탄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남북 문화 교류가 극히 제한된 수준에서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분단국가인 중국과 대만이 최초의 합작영화를 만들어 우리를 부럽게 하고 있다.
중국 영화 통일의 기원을 연 작품은『홍몽』으로 제작주역은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양 체제의 대표 감독 중국의 강이모(장예모)와 대만의 후샤으시엔(후효신).
장 감독은 국내에 소개됐던『붉은 수수밭』으로 89년 베를린 영화체 대상인 금곰상을 수상하고『국두』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중국 제5세대 감독군의 기수다. 카메라감독 출신답게 뛰어난 영상 미의 예술가로 불린다.
장 감독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유명 감독으로 국내 개봉됐던『비정성시』로 90년 베네치아영화제 대상인 금사자상을 받았으며 예리한 문제의식의 영상화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홍몽』은 이같이「영상 미」와「사회성」으로 대표되는 영화계의 두 귀재가 만들어 낸 작품으로 이미 세계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감독은 지난해 중국산서 성에서 촬영한 뒤 최근 일본에서 마무리 작업을 끝내고 시사회를 가짐으로써 세계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두 감독이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 홍콩 영화제에서였다. 당시 장 감독은『황색대지』의 카메라 감독으로 참석,『용년 왕사』 감독인 후씨와 만난 것.
인적교류가 불가능했던 당시 어렵게 만난 동년배의 두 중국 감독은 영화 얘기에서 시작, 개인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까지 밤늦도록 토론하면서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개인적 친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세계 영화계의 스타로 동시에 부상하면서 각종 영화제에서 자주 만나게 됐고 양국간의 실질적 교류가 트이면서 합작영화 제작을 추진했다.
첫 결실인『홍몽』은 장씨가 감독을, 후씨가 제작을 맡아 대만의 스폰서로부터 제작비를 끌어댔다. 제작진과 출연 배우 등은 모두 중국 측에서 동원, 후 감독은 스스로『나는 가 교역에 불과하며「홍몽」은 장 감독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홍몽』은 혁명직전 중국의 가난 이 앗아간 한 처녀의 사랑과 삶을 그렸다.
20년대 중국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주인공(공리 분)은 부잣집 네 번째 아내로 팔려 간다. 그녀는 한때 대 저택에서 부자남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하나 오래지않아 버림받고 정신적인 파멸을 맞는다.
그녀에게 대저택의 상징인 붉은 초름은 몽롱한 꿈으로 꺼져 간다.
장 감독은『인류역사의 보편성을 20년대 중국부자의 대저택 구석방으로부터 끌어냈다』며 『이는「하나의 물방울로부터 그곳에 반사되는 태양을 본다」는 중국 특유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두 감독은 앞으로도 중국·대만·홍콩을 잇는 합작 영화제작을 계속해갈 예정이며, 두 번째 합작으로는 후 감독과 중국의 티엔장장(전장장)감독 작품이 거론되고 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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