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밖에 딴길 없다/포화상태에 이른 대도시 인구집중(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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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발표된 90년 인구조사결과는 인구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몇가지 문제점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 첫번째는 두말할 필요없이 대도시 특히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화 추세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85년이후 5년간 늘어난 인구의 9할이 수도권에 집중되었으며 이 때문에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수도권 인구의 비중이 85년의 39.1%에서 90년에는 42.7%가 되었다. 전체인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몰려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심한 인구배치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투자의 비효율과 낭비,사회적 갈등 등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가 국정의 주요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주택부족·교통난·환경오염·교육시설미비·치안확보 등 거의 모든 문제도 따지고 보면 대도시 인구집중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이같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제로 수도권 인구분산을 강조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 계속 비대해지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아직도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 혹은 노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인구집중으로 인한 주택난 해소를 위해 수도권에 잇따라 신도시를 건설하고 인력난 해소라는 명분으로 수도권에 교육기관을 증설하는 것이 인구집중과 사회간접시설 투자수요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 뻔한 일인데도 계속 이같은 안이한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번에 대통령직속 사회간접자본투자기획단은 사회간접시설 부족의 타개책으로 현재 GNP의 3.7%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투자재원을 앞으로 10년간 GN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건의했다 한다.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확대의 필요성이야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지만 어디에 얼마를 투자해야 하느냐는 구체적인 정책결정은 지역균형개발에 의한 인구의 적정배치와 이를 통한 투자효율성의 극대화가 대전제가 돼야 할 것임을 차제에 지적해 두고 싶다.
이번 센서스 결과에 접하면서 또 하나 우리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인구의 노령화 추세의 가속화다.
65세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년만 해도 3.8%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5%로 높아졌고 30년 뒤에는 13%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인구비율의 증가는 한편으로는 노인복지라는 새로운 사회문제의 대두를,다른 한편으로는 고령가용인력에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는 정책과제를 제기한다.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으면서도 정년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경험이 풍부한 귀중한 인력을 사장시키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고령인구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개발은 서둘러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남녀 성비율의 불균형에 따른 차세대의 결혼문제다.
이 문제는 특히 성의 불균형이 자연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면 몰라도 우리사회에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에 현대적 의술이 가세하여 빚고 있는 인위적인 것이라면 이를 막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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