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서울 연남동>|김복희<한양대교수·현대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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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는 무용작품을 창작할 때 한국 정서의 깊은 맛을 찾아 작품 속에 담고자 고심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른바 한국적, 나아가서는 동양적인 맛을 즐긴다.
여고시절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나는 학교 무용 선생님과 부모님의 허락 없이 중국 전통 무용을 배우다 크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느닷없이 중국 춤은 웬일이었을까 싶지만, 그것이 나와 중국과의 구체적이고 확실한 인연이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즐겨 찾는 연남동의 중국 음식 집 향원(336-3421)은 지금은 오히려 흔치않은 진짜중국사람이 운영하는 중국 집이다. 여주인인 이향방씨(46)는 가끔 텔레비전에 요리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분이기도 하다.
그의 부지런하고 친절한 모습은 여학교시절 함께 중국 춤을 익힌 무용선생님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7, 8년 전쯤 이 중국 음식점을 맨 처음 어떤 경위로 찾게 되었는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늘 흰 블라우스의 깨끗한 모습에 친절한 눈인사로 맞아 주는 여주인과 구수한 맛의 누룽지 탕으로 하여 나는 자주 이 곳을 찾는다.
연세대 정문에서 김포공항 쪽으로 있는 성산대교를 향해 가다 고가 밑에서 왼쪽 수색방향으로 버스 한 정거장쯤 가면 수협은행 옆 작은 빌딩 2층에 향 원이 있다. 붉은 색 위주의 실내 장식과 중국 음악이 독특하다.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하여 그 속에 깊은 맛을 감춘 듯한 누룽지 탕을 먹을 때마다 세계의 손꼽히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온 중국음식의 진수를 맛보는 것 같다.
주인 이 여사의 설명은 이 누룽지 탕은 북경 식 요리로 중국에서도 꼽히는 일미라는 것이다. 찹쌀밥의 누룽지를 식용유에 튀긴 후 뜨거울 때 그 위에 해삼·새우·오징어·표고버섯·죽순 등 해물로 만든 뜨거운 탕을 붓는 것이다.
나는 이 중국 집에서 이화여대 황병기(국악)·김재은(교육학)교수를 가끔 만난다. 나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이번에는 다른 음식을 먹어 봐야지 하지만 언제나 결국 택하는 것은 누룽지 탕이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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