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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vs 유럽車, 디젤RV 시장 대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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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디젤(경유) 차 바람'이 거세다. 소음.매연 등으로 기피됐던 디젤 차가 기술 발달로 승차감이 좋아지고, 배기가스가 줄었기 때문이다. 가솔린 차보다 엔진의 힘이 세고 연료 값이 싼 데다 연비가 좋아진 것도 인기 비결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국내 자동차시장은 디젤 방식이 대부분인 스포츠 실용차(SUV) 등 레저차(RV) 판매가 급속히 늘면서 본격적인 '디젤엔진 시대'에 들어섰다.

정부도 환경오염 문제로 판매를 제한한 승용차 시장에 2005년부터 디젤 모델을 허용할 예정이어서 이 시장을 놓고 국내외 자동차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정보칼스팀장은 "RV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체 시장의 41%에 달했다"며 "앞으로 디젤 차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발 빠른 국내 업계=현대차는 기존 디젤방식(직접 연료분사.CRDi)보다 성능이 향상된 터보엔진(VGT)을 개발, 싼타페.트라제XG 등 RV에 장착, 판매하고 있다. 또 클릭.뉴아반떼 XD.베르나.라비타 등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탑재해 유럽에 수출 중이다. 현대차는 2005년을 겨냥해 중형급 디젤 엔진도 만들 계획이다.

기아차는 카니발.엑스트렉.쏘렌토 등 RV를 내세워 디젤 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 모터쇼에서 자체 개발한 디젤 엔진을 처음 발표한 데 이어 2005년부터 디젤차 모델로 쓸 가솔린 신차 '세라토(Cerato)'도 지난 5일 선보였다.

쌍용차는 벤츠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디젤 엔진 차인 렉스턴.무쏘.코란도 등을 베스트 셀링카로 팔고 있다. 김희경 마케팅팀장은 "전체 판매대수의 90%가 RV"라며 "벤츠의 첨단 기술을 도입해 1백만km까지 엔진을 정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성능이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디젤차에 소극적이었던 GM대우.르노삼성도 최근 2005년형 디젤 승용차 개발에 앞다퉈 나섰다. GM대우는 GM의 계열사인 독일의 오펠 등에서 디젤 엔진을 들여와 자체 승용차 모델에 장착할 예정이다. 르노삼성도 르노그룹에서 디젤 엔진을 도입해 SM3에 내장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2005년부터 디젤 차가 완전 개방되면 5년 내 전체 승용차 시장의 13%를 차지하는 등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 디젤 RV 출시경쟁=국내 디젤 차 시장에 관심이 많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2005년 디젤 승용차 시판을 앞두고 유럽 업체들이 시장 선점 차원에서 SUV를 통해 디젤 기술의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국내에 선보였거나 출시될 대표적인 디젤 RV로는 독일 아우디의 '올로드 콰트로 2.5 TDI'와 벤츠의 'ML270 CDI', 영국 랜드로버의 '프리랜더 Td4''디스커버리 Td5' 등이다.

오는 18일 국내에서 처음 발표되는 올로드 콰트로는 6기통(V6 2500cc)으로 시속 1백km 도달 시간이 10.2초이고, 최고 시속 2백5km에 연비는 ℓ당 11.3km다.

아우디 수입업체인 고진모터임포터의 안종원 사장은 "고속 주행은 물론 비포장도로도 편안히 달릴 수 있다"며 "가솔린과 비교해 승차감 등에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랜드로버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한 '뉴 프리랜더' 디젤 모델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판매 차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 상품이 된 기존 프리랜더와 디스커버리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다. 벤츠는 5기통 디젤엔진으로 1백km 도달 시간 11.4초, 최고 시속 1백83km, 연비 8.0km/ℓ인 ML270을 판매 중이다.

디젤 차에 소극적인 미국과 일본 업체들은 기술적 우위를 차지한 유럽 업체와 경쟁하기보다 친환경 연료(하이브리드.연료전지) 를 포스트 가솔린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원호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디젤 엔진=연료를 압축.분사.연소시키는 디젤 엔진은 초기에는 분사 압력이 1백20기압 정도에 불과해 연소효율이 떨어지면서 소음이 크고, 배기가스가 많았다. 그러다 유럽 업체들이 1천3백50~1천6백기압 이상의 초고압 분사 기술인 '커먼레일(CDI.벤츠)'과 '터보 직접 분사(TDI.아우디)'를 개발하면서 성능이 가솔린 못지 않게 좋아졌다.

<사진설명>
지난 7일 한강 고수부지에서 국내에 선보인 수입 디젤차들이 모였다. 앞쪽부터 아우디의 '올로드 콰트로 2.5 TDI'와 랜드로버의 '프리랜더 Td4', 벤츠의 'ML270 CDI'.[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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