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호수(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예전엔 양의동서를 막론하고 나무나 숲에 대한 숭배사상이 신앙적 차원에서 확고했던 것 같다.
예컨대 고대 아리안계 민족들은 그들이 숭배하는 성수 앞에 모여 기도를 드리고,그 나무밑에 희생동물을 바쳤으며,여자들은 성수가 있는 숲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했다. 게르만족 율령에는 그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를 훼손시킨 자에 대한 가공할 형벌규정이 있었다. 나무의 껍질을 벗긴 자는 그의 배꼽 근처를 도려내 훼손된 나무 부위에 못질을 해 성수의 노여움을 풀었다고 한다.
나무에는 정령이 있어 비를 오게 하고,해를 뜨고 지게 하며,가축을 증식시키고,해산을 돕는다고 믿었다. 일종의 수호신으로 나무를 섬긴 것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인 묘족은 마을어구에 성수가 있는데,그 속에 그들 선조의 영혼이 살고 있으면서 그들의 운명을 조종하고 있다고 믿었다. 나무를 수호의 정령으로 섬기고 보호했다.
우리나라 호남지방에는 당산나무(당목)라는게 있었다. 마을 안에 있는 고목 아래 돌을 쌓아 단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당산제는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풍요를 빌며 액과 재해의 예방을 기원했다. 당목을 훼손시키면 벼락을 맞아 죽거나 불구자가 된다 해서 엄격한 금기였다.
오늘날 이 첨단문명사회에서 나무를 민속신앙적 수호신으로 숭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생각을 좀 달리해 보자.
수많은 차량과 공장,가정에서 태우고 있는 기름과 연탄에서는 많은 분량의 각종 공해물질이 뿜어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탄소산화물은 각종 호흡기 질환의 유발요인일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돼있다. 지금으로서는 이 공해물질을 다소나마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식물의 탄소동화작용밖에 없다. 이 광합성작용은 탄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산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2중의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나무는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 주는 현대적 「수호신」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훼손하면 재앙을 당한다는 결과도 마찬가지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숲과 나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자멸행위다. 나무 한그루를 자르면 그 10배를 심어야 한다는 식의 법규라도 만들었으면 싶다. 식목일에 즈음해 모두들 생각해볼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