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낮추고 공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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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내년에는 투수가 타자를 압도하는 투고 타저(投高打低) 현상이 해소될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에 마운드의 높이를 13인치에서 10인치(25.4㎝)로 낮추고, 공인구의 둘레(22.9~23.5㎝)도 1㎝ 크게,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은 좁히고 상하 폭은 넓히기로 했다. 국제 규격에 맞는 새 규칙이 적용되면 타자들이 큰 힘을 얻게 된다. KBO는 2000년 시즌에 타고 투저 현상이 극심해지자 마운드 높이를 높였다.

KBO가 다시 마운드 높이 등을 수정하게 된 것은 투고 타저 현상이 너무 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올 시즌 최고의 타자인 이대호(롯데)는 홈런 26개, 타율 0.336, 88타점으로 타격 3관왕에 올랐다. 1995년 25개로 홈런왕에 오른 김상호(전 두산) 이후 최소 홈런이고 프로야구 25년을 통틀어서도 9번째로 적다. 호쾌한 홈런이 줄어드니 팬을 즐겁게 할 수 없다.

특히 도하 아시안게임 참패 원인 중에 한국 선수들이 국내 규격과 다른 마운드 높이와 공인구,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고생했다는 분석도 한몫했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규격 변경에 대해 "국내 공인구와 스트라이크 존이 국제규격과 달리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제대회에 나가면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구연 MBC해설위원은 "규정이 바뀌면 분명히 타자들이 유리해진다. 특히 좌우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지면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고전하게 될 것이며 박명환(LG), 류현진(한화), 이상목(롯데) 등 낙차 큰 공을 잘 던지는 투수들은 유리하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투수는 불리하다"면서 "타자들은 선구안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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