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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첫 합참의장, 육참총장도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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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지욱 성우회 정책실장(中)이 전직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 등 역대 군 수뇌부와 함께 26일 서울 잠실 향군회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군 폄하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26일 재향군인회관에 모인 역대 군 수뇌부의 표정은 비감했다. 일부 인사는 회의 시간인 오전 11시 이전부터 미리 나와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60년대에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에서부터 김대중 정부의 합참의장까지, 말 그대로 역대 군 수뇌부가 총출동한 모습이었다. 특히 현 정부의 첫 합참의장과 첫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종환 의장과 남재준 총장의 경우 자신들을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는 부담까지 무릅쓰고 참석했다.

성명을 발표하기 전 비공개 회의에서는 '대통령 퇴진 운동' 등 거친 발언도 쏟아졌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주말 수 차례에 걸쳐 사전 회동을 갖고 의견을 조율했었다. 회의에 참석한 윤창로 성우회 정책위원은 "일부는 '더 강력하게 대통령에게 항의하자'고 주장했다"며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참석자들과의 일문일답.

◆ 김종환 전 합참의장(2003~2005년 재직)

-현 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지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지는 않았다. 원로들이 성실하고 묵묵히 군 복무를 잘하고 있는 장병들에 대한 대통령 말씀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해 많은 분노를 느낀 것 같다. 저도 동참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

-노 대통령이 역대 군 수뇌부의 직무유기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직무유기를 했으면 우리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결코 직무유기를 하지 않았다. 제일 안타까운 것이 현직에 있는 후배들이다."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나.

"성우회 군 원로들이 보는 시각과 똑같다고 봐야 한다."(성명서에 동의한다는 의미)

-현직에 있을 때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나.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대통령과 이견이 있었던 사항에 대해선 충분한 토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군 복무 단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단축하는 만큼 전투력이 저하되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다."

-앞으로 성우회 차원에서 추가조치가 있으면 참여할 것인가.

"성우회 일원으로서 앞으로도 참여할 것이다."

-참여정부에 몸 담았던 전직 군 수뇌부로서 노 대통령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대통령에게 최소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말을 많이 아껴 왔다."

-합참의장 재직 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지 않았나.

"내가 재직 시에는 추진하지 않았고, 퇴임 후부터 본격 추진됐다. 청와대 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해 전작권 개념에 대해 일부 얘기가 있었지만 환수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

-전작권 추진에 문제는 없나.

"전작권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일이다. 특히 한.미동맹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다. 그래서 한반도 안보 상황이 확실히 보장됐을 때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이른 시기라고 판단된다."

-한.미 간 전작권 합의를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인가.

"새로운 안보환경이 조성되면 다른 방안도 혹시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2003~2005년)

-재임 시 전작권 환수 논의 안 했나.

"당시 본격적으로 얘기된 적 없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입장은 뭔가.

"전쟁을 하겠다고 하면 어떤 나라든 단독 작전능력은 있다. 중요한 것은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확고하게 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전작권이 중요하다."

-현 정부 출신 군 수뇌부로서 오늘 행사 참석이 부담스럽지 않나.

"군인은 조국에 복무하는 것이지, 어느 정당이나 정부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조국을 위해 복무한 것이다."

◆ 김진호 전 합참의장(98~99년)

"우리가 대통령에 대한 반대 집단이 아니라 다음 정권까지 미치는 정책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이다."

◆ 김성은 전 국방장관(63~68년)

"군인들이 노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감정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연령 차이도 있고…. 전쟁할 때는 그분들이 아기였다. 지금 나라의 미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는 용납할 수 없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kimseok@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퇴역 군 수뇌부 성명서 요지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의 총사령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국민과 국군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1. 국민의 신성한 병역 의무를 모독하지 말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젊은이들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발언은 70만 국군 장병에 대한 심각한 모독인 동시에 신성한 국토 방위 의무를 크게 폄하한 발언이다.

2.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위중한 안보 현실을 오도하지 말라. 북한 미사일의 공격 대상은 누가 봐도 남한 국민뿐이다.

3. "역대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들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발언을 즉각 취소하라. 우리 군은 지난 20여 년간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전투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4. 한미연합사의 해체를 몰고 올 전시작전통제권 논의를 중단하라. 정부는 '주권' 문제나 '자주'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전시작통권 단독 행사를 위한 계획 추진을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

5. 한.미동맹을 더 이상 상처 주지 말라.

성우회 참석자 명단(73명)

▶전 국방부 장관(12명):김성은, 서종철, 정래혁, 노재현, 오자복, 이기백, 이병태, 최세창, 이종구, 김동진, 이준, 김동신

▶전 합참의장(4명):김종환(15대), 김종환(31대), 정진권, 김진호

▶전 연합사 부사령관(4명):나중배, 정진태, 장성, 김재창

▶전 육군참모총장(5명):박희도, 김진영, 도일규, 길형보, 남재준

▶전 해군참모총장(8명):김영관, 김종호, 함명수, 장지수, 김종곤, 김흥열, 안병태, 이은수

▶전 공군참모총장(12명):장지량, 김두만, 한주석, 김홍래, 이억수, 서동렬, 장성환, 김상태, 이광학, 김창규, 김인기, 박원석

▶전 해병대 사령관(10명):임종린, 이철우, 이병문, 성병문, 이상무, 강기천, 최기덕, 김인식, 김명균, 박희재

▶성우회원(18명):박세직(향군회장), 손병익, 김문기, 정국본, 김규, 송선용, 이정린, 남정명, 이상렬, 이석복, 박희모, 임재문, 최웅, 하종근, 임인창, 장창규, 최명상, 김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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