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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비인기종목 육성책 절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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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3회 연속 2위를 달성했다. 매번 거액 연봉자들이 즐비한 종목이 아니라 양궁.볼링.펜싱.수영 등 무관심의 설움 속에서도 피땀을 흘리며 노력한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 덕분에 목표를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전체 금메달의 절반 정도를 독식하는 중국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해 중국과 격차를 계속 줄여 나갈 수는 있다.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대적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에서 모든 종목을 다 육성하기보다 종목별로 비교 우위가 있는 지역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양궁은 우리나라 선수 간의 경쟁이 치열해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오죽하면 한국 선수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64강 이내에는 국가당 두 명만 진입할 수 있게 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핵심에 충북 출신의 임동현.박경모 선수가 있었다. 충북은 그동안 김수녕.박경모.염연자.임동현 등 출중한 기량을 갖춘 국가대표 선수를 많이 배출해 왔다.

한 선수가 이런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본인의 노력과 함께 주위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선수의 자질을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이 있는 지도자가 많아야 한다. 따라서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이 잘 개발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선수가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충북은 이런 점에서 훌륭한 지도자와 앞선 기술, 완벽한 시설이 고루 갖추어져 있고 국토의 중앙이라는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선수 육성과 지도자 양성에 적합하다. 그러나 장래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그나마 하나 있던 도내 대학 팀이 지난해부터 특기자를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남자 실업팀은 아예 없어 임동현 같은 유망주도 타 시.도로 보내질 수밖에 없었다.

충북이 빛나는 양궁의 역사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충청북도와 지역 소재 대학 및 체육계.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양궁은 다른 종목에 비해 충북이 이미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고, 적은 비용으로 훌륭한 선수를 양성해 충청북도와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종목이다. 당장 정부도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전국 단위의 양궁 지도자 연수과정을 개설하고 양궁 특기자 선발을 재개토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실업팀도 창단케 해야 할 것이다.

메달을 딸 때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지 말고 경기가 끝나고 나면 훈련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마음 놓고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는 국가적 안전망을 이젠 마련할 때가 됐다.

송호열 서원대 교수·지리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