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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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번 달엔 개화기를 앞두고 수액이 오르듯 작품이 생기가 돋는 듯하다.
시와 시조가 기실 동일한 것이면서도 시조만이 해낼 수 있는 맛과 때깔이 있음을 장원·차상·차하의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들 작품은 어느 작품을 장원으로 해도 무방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조에 대한 인식과 안목은 바로 시조가 정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장원에 뽑힌 이원춘의『까치소리』는 주택 문화(아파트)를 희화하여 형상화하고 있는데 「사람으로 살 적에는 한 평 땅도 없어서」등의 표현이 감동의 맥을 짚고있다.
또한 차상의 윤용수작『난전』은 지하도 입구의 난전, 즉 생활의 첨단을 잘도 포착하고 있다. 여기에서 삶과 민들레를 동일시하며 「단속반 호루라기에 홀씨처럼 숨었다가」등에서 절묘한 형식미를 돋우어 주고 있다.
차하의 이우식작 『깃저고리』는 그의 다른 시조에서도 소재의 선택이 동일하나 우리 전래의 습속을 잘 꼬집어 들어내고 있어 수긍의 눈을 굴리게 한다. 계속하여 정진하기 바란다.
기타 입선의 최경자작『강변에서』는 신선미를 추구했지만 「발 끝에 툭툭 채이는 돌… 」이 남는다. 손춘자의『꽃샘바람』도 전자와 같다·다만 「청진기로 진맥…」등이 기억에 남는다.
조호영의 『용마루』는 우리가 항용 보아온 선의 단면을 포착했는데 그것을 모시 저고리 배래선으로 표현하고 있음이 특이하다.
최명숙의 『윤사월』에선 이른 봄의 맑은 기운을 「옥보라 제비 꽃이 헛소문처럼 피어나고」로 감지하고 있다. 신동익의 『경운기』는 경운기 즉 느릿느릿 가는 자, 일하는 자, 없는 자의 설움같은 걸 느끼게 해준다.
날로 시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계절, 시조의 룰에 충실한 응모가 늘어나길 바란다.

<심사위원:이상범·장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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