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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대책」…시리즈를 마치며 전문가좌담(구멍뚫린 수질관리: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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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9년 수도물 중금속 검출과 지난해 THM(트리할로메탄) 파동에 이어 최근 낙동강수계 페놀오염사고가 발생,국민의 충격이 쉽게 가셔지지 않고 있다.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 수질환경의 실태와 오염원인을 심층 진단,대책마련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28일 좌담회에 참석한 서울대 유영제 교수(환경공학),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이상은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소 수질환경 연구실장 정윤철 박사는 이번 페놀오염 사고가 우리나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
유영제 교수<서울대 환경공학>
이상은 박사<건설기술연 연구위원>
정윤철 박사<과기연 수질환경연구실장>
◎“이번 사건 계기 전화위복 삼자”/인식부족→무관심→인색한 투자 악순환/어릴적부터 환경교육 체질화해야/민관합동의 상설 감시기구도 필요
­연3년째 수도물 파동으로 온 국민이 「마실 물」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질오염실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은 박사=최근 일련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전국의 모든 하천의 거대한 하수도가 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상수도 취수지는 상류로 상류로 밀려올라가다 한계에 부딪쳐 있고 취수원 수계를 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시행이 계속 늦춰지고만 있습니다.
이번 페놀오염사건은 불행중 다행으로 냄새가 독특해 발견됐지만 사실 수질오염이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입니다. 무색·무취의 중금속 폐수·생활오수 등 각종 오·폐수가 연간 1천4백만t 이상 하천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나마 축산폐수· 농약살포로 인한 오염 등은 계산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와 연구기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각종 오염방지 시책에도 불구하고 수질오염도는 계속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한마디로 잘라 이야기하기 어려운 복합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수의 90% 이상이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어 오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긴 합니다만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환경오염의 피해자인 동시에 원인제공자란 자각이 부족했다는 점을 첫번째로 꼽고 싶습니다.
▲정윤철 박사=내가 버린 오·폐수가 내집의 수도물로 되돌아온다는 인식이 아쉽습니다. 또 오·폐수 정화시설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내 마을엔 안된다」는 식의 집단 이기주의도 문제지요. 일부지역에서는 실제로 몇년전부터 착공하려던 처리장시설이 주민반대로 겉돌고 있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모두가 환경보존감시자란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의 시책은 어떻습니까.
▲유영제 교수=정부의 안이한 대책이 환경오염을 부추겼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정화시설 가동비용보다 벌과금이 싸게 먹힌다는 현실은 기업주들의 오·폐수 배출을 유도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또한 환경기준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정부의 빈약한 투자도 문제지요. 중금속 검출파동을 겪은 89년 우리나라 정부의 환경부문 투자는 GNP의 0.15%에 불과했습니다.
환경보전에 기초가 다져진 선진국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네배 이상인 GNP대비 0.5∼1.7%를 투자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하수처리시설 투자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처리능력은 32%에 불과한데도 투자비율은 GNP의 0.23%에 그치고 있습니다.
32%,70% 이상의 처리능력을 갖춘 일본과 OECD선진국 투자비율이 0.65∼0.35%에 달하고 있는데 비하면 지극히 낮은 수준이지요. 그런데도 THM소동이 한창인 지난해 경제기획원에서는 환경처의 수질보전예산을 요구액대비 44%나 삭감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시설투자뿐 아니라 연구투자도 부족하지요.
연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탓에 기초자료가 없고,외국자료에만 의존해 설치한 처리시설은 관리운영능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대책마련을 위한 기준조차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유=무엇보다도 치명적인 오염원인은 기업측의 사회윤리의식 결여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오수가 양적인 면에서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산업시설의 폐수는 질적인 오염주범이지요. 특히 일부 악덕기업의 고의적인 폐수방류는 간접적인 살인행위입니다.
이번 사건수사에서도 기업측은 처리시설이 고장났는데도 조업중단보다는 폐수방류를 선택했고 일제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조차 또다른 기업의 폐수배출이 여러곳에서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기업측은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명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엉망인 수질관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겠습니까.
▲정=정부와 기업,국민모두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문제해결을 시도해야 합니다. 환경투자에 있어 즉각 효과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대책마련이란 문제점을 제거해 나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우선 의식구조 개선을 위해 대대적이고 치밀한 환경교육이 실시돼야 합니다. 언론과 책자 등을 통한 홍보와 계도도 뒤따라야 하겠지요. 환경교육은 어릴 적부터 체질화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정부는 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한도기준을 강화하자 업계가 한동안 엄살을 떨었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기준치 이하로 오염도를 모두 낮추지 않았습니까.정부가 환경을 개선하고 선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개발의 뒷전으로 밀려온 환경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워야 합니다. 수질개선 목표를 설정했으면,오염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신규시설을 억제하고 감시활동을 강화해 목표를 달성해야지요.
이를 위해 민간단체와 합동으로 상시 감시기구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유=국내 기업들도 「환경산업」의 개념을 도입해 공해물질을 제거한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노력을 해야 합니다. 생산성 제고나 사고발생 후 보상에 투자되는 비용보다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사전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이=모든 공해유발 산업시설에는 감시체계가 갖춰져야 합니다. 기업스스로가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지 자체 감시활동을 해야 하며 이를 다시 행정기관이 감독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지요. 또다시 예산문제가 거론되겠습니다만 이같은 감시체계의 전산화·자동화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정부가 이같은 필요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린다면 국민들도 최소한의 부담은 질 각오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정=정부의 수질감시체계는 순간농도를 측정하는 지금의 방식에서 산업시설당 배출총량을 규제·감시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야 합니다. 검사항목과 횟수도 현 수준보다 대폭 늘려야 합니다.
이같은 감시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또한 시급하고 필수적입니다.
▲유=수질을 비롯한 환경오염이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원인이 되엉켜 일어난 문제인만큼 정부·기업·국민의 공동보조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가 반성하고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정리=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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