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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통령에게 국민의 사랑 필요한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요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보듬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손 전 지사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질이 아니라 국민의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최악의 지지율 아래 있는 대통령을 더 이상 코너에 몰지 말자는 의미와 더불어 대통령을 강도높게 성토한 타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시도로 읽힌다.

그는 성탄절 밤 자신의 미니홈피에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성탄절의 의미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본 노무현 대통령은 사방에서 완전 포위돼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지금은 국정이 완전 파탄나지 않도록 대통령에게 힘과 의욕을 북돋워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는 "용서와 화해, 사랑의 실천이라고 하는 성탄의 참 뜻이 이와 같이 국민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 꽃피우기를 염원한다"며 "통합의 정치가 여기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전문

오늘은 아기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이다.

어제 저녁에는 전방 OO부대 장병들과 함께 예배를 보고 왔다. 3년째 이날이 되면 전방에 와서 장병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새롭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에 해맑은 얼굴을 한 청년장병들과 성탄예배를 보고 있자니 그 자체가 큰 축복이다.

오늘은 최일도 목사가 19년째 하고 있는 '밥퍼'봉사에 참여했다. 밥퍼 봉사가 없어도 되는 사회, 노숙인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기도했다.

예수님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뜻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용서와 화해라고 하는 젊은 군목의 설교가 가슴에 와 닿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기 위해 하느님은 독생자 예수를 세상에 보내신 것이라는 최일도 목사의 말씀도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기쁨의 절기에 우리 국민은 우울하다. 경제도 안 좋고 사회분위기도 밝지 못하다. 더구나 최근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민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시중에서 대통령에 대해 하는 말은 실망이나 유감의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분노도 넘어서서 허탈이다. 걱정과 염려는 이미 노대통령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다 봤다. 자세히 봤다. 안타까웠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찌 저렇게 말할 수 있는지 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민망스러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퇴임후에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까?

레이건이 미국 국민의 사랑 속에 숨을 거뒀고, 카터 대통령이 미국 국민의 축복을 받으며 집짓기 활동을 벌이고, 부시와 클린턴이 손잡고 웃을 때 미국 국민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도 이럴 수는 없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의 애정결핍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링컨 흉내 좀 내서 잘 해보려고 했는데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며, "재미가 없다"고 풀죽어 있다. "흔들어라 이거지요. 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놈"이라고 자조하면서, 국민이 "나를 얼마나 구박을 주는지" 못 견디겠다고 하소연이다.

노대통령은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것이 노무현이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피를 토한다. 자기를 "박살"내고 있는 국민에게 "참 억울하거든요" 하며 하소연 하다가, 급기야 "저는 제정신입니다" 하며 절규한다.

문득 오래전에 낙원동에 있는 헐리우드 극장에서 아내와 함께 본 영화, 시드니 포이티에의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이 생각났다. 소위 문제아 학급의 학생들은 흑인선생이 왔다고 얕잡아 보며 선생을 놀리고 괴롭힌다. 선생님은 온갖 고통과 굴욕을 이겨 내며 오직 사랑으로 학생을 대한다. 결국 학생들은 선생님의 사랑에 굴복하고 스스로의 긍지와 자존심을 찾으면서 멋지고 아름답게 변한다. 졸업식날, 학생들과 선생님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졸업식장은 그대로 감동의 도가니다.

그렇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사랑이다. 영화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사랑이다. 더 이상 채찍질이 아니다. 도덕 선생님의 쓴소리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지쳐 있다. 사방에서 완전 포위되어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악몽에 가위눌려있는 형국이다. "장사로 치면 장사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라고 하면서, 한번이라도, 빈말이라도,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그렇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다. 앞으로 1년 더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사기가 땅에 떨어져 국정운영을 잘 못하면 우리국민이 손해다. 어차피 노대통령의 힘은 벌써 빠질대로 빠져 있어서, 지금 노대통령을 치고 때려봐야 용기있는 행동도 아니다. 그래봤자 노대통령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서 심기일전하게 할 것도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국정이 완전 파탄이 나지 않도록 대통령에게 힘과 의욕을 북돋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노대통령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서다. 우리 국민을 위해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을 탓하고 꾸짖을게 아니라 노대통령이 잘한 일을 찾아서 칭찬해주자.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신성장동력산업에 투자를 확대한 일을 칭찬해 주자. 노대통령 말대로 국방비를 늘려서 국군현대화사업을 추진한 것도 칭찬해 주자. 노무현 대통령이 장사 잘했다고 자랑하는 자이툰부대 파병도 잘했다고 격려해주자. FTA도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해주고 더욱 힘있게 추진하도록 격려해주자.

평강공주의 사랑과 격려가 없었으면 온달 장군은 그냥 바보 온달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온달장군의 용맹과 위업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이 평강공주가 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능력, 숨겨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사랑으로 격려해주자.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에서 초연하고 경제회복과 국가안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이 격려해 주자. 다음 정권의 창출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도록 노무현 대통령을 보호해 주자.

불교의 지관 큰스님과 천주교의 정진석 추기경님이 함께 "부처님과 예수님의 사랑은 역시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덕담을 나눴다. 하느님을 믿건 부처님을 믿건, 종교가 있건 없건, 이 모습을 바라보는 온 국민이 모두 흐뭇하다.

용서와 화해, 사랑의 실천이라고 하는 성탄의 참 뜻이 이와 같이 국민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 꽃피우기를 염원한다.

퇴임후에 국민들이 따뜻한 미소로 맞이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통합의 정치가 여기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2006. 12. 25.

손 학 규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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