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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회장 '현대 1대주주' 굳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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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9일 대주주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鄭명예회장은 이날 '현정은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玄회장이 올바르고 투명하게 회사경영에 임할 경우'란 전제 조건을 붙이는 등 지금의 현대그룹 경영체제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鄭명예회장은 심지어 "현대그룹은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鄭명예회장의 의지는 마음만 먹으면 현대그룹 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제1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까지 지분을 확보한 마당에 나온 공식입장 표명이어서 더욱 그렇다.

정 명예회장은 그간 현대 일가의 지분 매입 과정이나 현정은 체제 출범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었다.

이와 관련, KCC 고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부실해졌으나 어느 경영인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이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말해 경영진 재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지분 매입은 현정은 체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KCC는 지난 7일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10.6%를 확보해 이 지분만으로도 이사 선임권을 요구할 수 있는 등 현대그룹 경영에 참여할 발판을 마련했다.

또 KCC는 9일 사모펀드인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사들인 지분 12.82%도 현대 일가의 기업에서 인수한 것으로 설명해 이 지분 역시 鄭 명예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지난 8월 현대종합금속 등 7개 현대 일가의 기업이 법인투자 형식으로 사들인 13.1%가 鄭명예회장의 뜻에 동조할 경우 鄭명예회장은 이들 지분을 모두 합쳐 35% 이상을 움직일 수 있다. 현정은 회장의 우호 지분(23.5%)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하지만 鄭명예회장이 실질 1대주주로서 현대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 우선 사모펀드를 통해 매입한 지분이 문제다. 현대 일가의 개인들이 샀다고 하지만 이들은 모두 현대그룹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특수관계인이 5% 이상 지분을 사들이는 펀드에 돈을 댔다면 이를 바로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鄭명예회장이나 현대 일가의 기업 어느 곳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특수관계인이 매입한 지분 가운데 5% 이상은 의결권 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 KCC가 지난 7일 7.5%를 추가 매입한 것도 뒤늦게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해 취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카(고 정몽헌 회장) 회사를 삼촌(정상영 명예회장)이 장악하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KCC 측은 "회사를 누가 경영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관심도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KCC 측이 이날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뜻을 같이 하는 '범현대가'의 일원이라고 설명한 것과 관련, 현대차 측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정몽구 회장이 정상영 명예회장을 만난 일도, 전화 통화한 일도 없는 만큼 이번 문제와 관련, 정 명예회장과 협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현대그룹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현대차 그룹은 자동차산업에만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윤희.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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