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란 핵 제재"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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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3일(현지시간) 핵농축 중단 요구를 묵살해온 이란에 대해 최초로 제재를 결의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개발용 "원심분리기 3000대를 가동하겠다"고 즉각 맞불을 놨다.

안보리는 이날 두 달간의 논란 끝에 결의안 채택에 부정적이던 러시아 측 요구를 일부 수용, 핵물질의 금수 조치를 골자로 한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는 이란에 대해 우라늄 농축 및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서는 핵무기.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물질과 기술을 이란에 넘겨주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의는 또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이란원자력기구 등 10개 기관과 12명의 자산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로 하여금 60일 내에 이란 정부의 결의 이행 여부를 조사, 보고토록 했다.

안보리는 이와 함께 이란이 핵활동 중단 요구에 불응할 경우 외교관계 단절 및 추가적인 경제제재 방안을 논의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반대로 결의안 초안에 포함돼 있던 핵개발 사업과 관련된 이란 관리들의 여행 제한 방안은 채택하지 못했다. 금수 대상도 구체적으로 명시된 품목에 국한키로 했다.

이와 관련, 제재를 주도한 미국은 결의 채택을 환영하면서도 이란의 불응 시 추가적인 강경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차관은 "안보리가 타협을 통해 만장일치로 결의를 채택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갖는다"며 "이란이 60일 이내에 핵활동을 포기하지 않으면 훨씬 혹독한 경제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응징이 아닌 이란을 협상으로 이끌어내는 게 이번 결의의 목적"이라며 "이번 결의로 합법적인 활동까지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안 채택에 맞서 3000대의 원심분리기 설치에 착수하는 등 즉각 우라늄 농축 활동을 강행할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란의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는 이날 이란 신문 케이한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에 24일 오전부터 3000대의 원심분리기 설치를 시작해 최고 속도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는 결의안 채택에 대한 우리의 즉각적인 대응 조치"라고 말했다.

라리자니는 "서방이 안보리 결의안을 활용하더라도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우리의 핵목표를 가속화할 뿐이라고 누차 말해 왔다"며 "이 같은 행위는 안보리의 신뢰도만 추락시킬 뿐이고 이란의 평화적인 핵기술 추진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심분리기 3000대 설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이란은 164대의 원심분리기로 구성된 2단계 작업 준비를 완료, 가스를 주입하지 않고 시험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19일 "전력 생산 등 평화적 목적을 위해 핵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방해하는 것은 주권 침해"라며 안보리 요구를 묵살해 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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