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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한관계 변화 “꿈틀”/미 연구팀·군 인사 북한 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일 접근의식 “개선” 적극적/군축 등 관심사 학자통해 타진
한반도정책에 영향력이 큰 미 전문가들이 비록 민간단체에서 파견하는 연구팀의 형태지만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한 변화모색 입장으로 풀이된다.
미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한반도연구 프로젝트 「한반도와 90년대 동북아시아에서의 강대국 관계」를 위해 로버트 스칼라피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를 단장으로한 연구팀을 5월 서울과 평양,그리고 일·소·중 주변강대국들에 파견한다.
이 연구팀에는 학계·재계·민간연구소 관련자들은 물론 미군 고위인사가 포함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을 방문할 군인사가 어느 수준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군인사」는 예비역군인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 연구가 정부개입 없이 민간차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군고위인사를 포함한 미 연구팀의 북한 방문은 그 규모나 구성원의 성격으로 볼 때 미·북한 정부의 협력없이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특히 미국은 2차대전후 대외관계 수립에 민간연구기관들을 폭넓게 활용해온 관행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민간기관들의 연구결과가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결정짓지 않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미국은 그동안 대북한 관계에서 미수교의 기본입장은 유지하면서 최근 몇년사이 외교관들의 비공식 접촉이나 민간차원의 접촉을 장려해 왔다.
87년 시작,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는 북경에서의 외교관 비공식 접촉이나 학자들의 상호 교류 접촉등이 그것이다.
학자들의 상호 방문허용으로 조지워싱턴대 개스턴 시거교수(전국무부 아태차관보)등 상당수의 미 학자들이 북한을 방문했고 89년이래 여러 미 연구소들이 북한 외교부 겸직자도 포함한 학자들을 초청,세미나등을 가졌다.
지난해 카네기재단과 스탠퍼드대 국제전략 문제연구소 등이 한반도 군축문제등을 주제로 남북한·미 학자들이 참여한 세미나를 가진 것들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들의 세미나 주제는 한반도 긴장완화나 군축 등 미 정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항들이었고 참석자들도 양측 모두 대부분 관련학자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 세미나등에서의 3각 접촉은 각 참여국들이 사실 서로의 입장을 타진해 보는,반쯤은 정부차원의 대화로 보아도 별무리가 없는 것이었다.
이같은 단계에서 군고위인사가 포함된 미 연구팀의 북한 방문은 미·북한 관계가 한단계 더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 결과에 따라선 상당한 변화가 예상될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대북 수교협상이 시작된 후 미국에서 대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음은 주목할만 하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이 시작된 후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냉전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촉구한데 이어 일부 군사전문가들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남한에서 핵무기철수등을 협상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이같은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는 분명한 언급은 아직 없지만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접근을 지켜보면 뭔가 변화의 움직임이 깊은 지각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북한을 방문하는 민간 연구팀에 군인사의 참여를 미국이 승인한 것은 이같은 큰 흐름속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북한 또한 군인사를 포함한 대규모 미 연구팀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대미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간접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련등 동구공산권의 변화와 특히 소련의 대한수교로 고립감을 느낄 뿐아니라 경제난국 해결의 필요 때문에 북한이 최근 대외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대일 수교협상을 비롯해 대북과의 관계개선 모색 등이 그 예의 일부분이다.
북한의 대미 자세도 같은논리의 연장선상에 올려놓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한국은 많은 미 군사전문가들이 군측등 한반도 긴장완화방안에서 한국 정부와 똑같은 의견만을 갖고 있지 않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스탠퍼드대 남북한·미 학자들간의 군축세미나에서 미 대표들은 한국 대표들의 상호 신뢰구축을 우선한 유럽모델의 한반도 도입제안을 부적절하다며 독특한 한반도군축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그후 다른 전문가들도 북한의 주장을 검토할 때가 왔다고 말하고 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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