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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업계 동시 “홍역”/OB 불매사태/크라운 노사분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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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맥주회사의 양대 산맥인 OB(동양)맥주와 크라운(조선)맥주가 다같이 삐걱거리고 있다.
심야영업단속과 과소비억제정책으로 가뜩이나 돈벌이가 시원찮아 울상인 마당에 뜻하지않은 그룹사의 상수도 오염사건과 노사분규라는 복병을 만나 영업에 일대 타격을 받고 있다.
동양맥주는 계열사인 두산전자의 페놀유출 및 방출사건으로 OB맥주 불매운동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금껏 애주가들로부터 큰 욕을 먹지않고 주류업계의 대부로 군림해온 두산측은 「OB맥주 안마시기 운동」이 확산될 경우 기업이미지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현재 맥주시장에서 7대 3의 비율로 조선맥주측에 앞서 있은 시장점유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설사 두산그룹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악화돼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만 OB맥주 불매운동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하루평균 25만상자(상자당 20병)씩 내보내던 출고량이 크게 줄지않을까 염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맥주측에서 보면 이 사건은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조선맥주측이 심한 노사분규를 겪고 있어 판매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맥주 노동조합(위원장 김진록·33)소속 노조원 1천여명은 지난 21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영등포·마산·전주 등 전국 3개 공장에서 가족수당 신설·영업수당 인상 등 14개항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파업 농성에 들어갔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원은 영등포공장의 3백명을 포함,모두 1천여명. 이들은 대부분 생산직이나 영업직 사원이어서 회사의 영업활동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이 회사 윤종웅 상무는 『지난해 말부터 10여차례에 걸친 노사간의 협의가 큰 진전을 보지 못해 파국으로 치달았다』고 밝히고 일부 직원들만으로 겨우 부분조업을 해가면서 하루 8만∼9만상자를 출고하고 있다고 한숨이다. 크라운은 노사분쟁이 있기 이전 하루평균 출고량이 13만상자였다.
회사측 관계자들은 『회사의 수익규모에 걸맞게 노조원들에게 최대한 배려를 해주어 조만간 노사분규를 타결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아 빠른 시간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들어 맥주의 가정용 소비촉진을 겨냥,부드러운 맛의 「크라운 드라이마일드」를 개발,OB맥주에 야심찬 도전장을 냈던 조선맥주는 이같은 노사분규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주류업계는 OB맥주와 크라운맥주의 집안사정으로 국내에서 하루평균 38만상자씩 팔리던 맥주소비가 크게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
그대신 소주와 위스키업체들이 짭짤한 재미를 볼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견해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양사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낼는지 귀추가 주목된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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