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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좀 마음놓고 마시자/김광섭 생활과학부장(데스크의 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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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에서 또한번 식수오염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89년과 90년 여름에도 잇따라 식수오염소동을 치르고도 아직 맑은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왜 이런가.
사실 식수에서 이번에 문제된 페놀오염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도금공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중금속을 비롯해 수많은 아파트의 식수저장탱크의 녹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청제의 해독은 어느면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는 안심할 수 없는 물을 매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잇단 식수오염파동 이후 몇가지 대책을 세우기는 했다. 우선 1개법으로 일원화돼있던 환경보전법을 수질·대기·폐기물 등 6개법으로 분리,환경관리를 전문화했다.
또 환경보전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한 벌과금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런 미온적인 조치만으로는 날로 심해지고 있는 우리의 환경오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논란이 됐던 환경행정의 일원화문제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환경행정의 주무부처인 환경처는 오는 4월부터 하수종말처리장 건설·관리와 상수원수 보호구역지정에 관한 업무를 관계부처로부터 이관받기로 돼 있으나 이 정도의 조치로는 턱없이 미흡하다.
전국 하천의 수계관리·상수도물의 위생관리·하천주변의 환경문제·상수도물의 정수 등은 아직도 건설부·보사부·환경처·각 시·도 등에 분산돼있어 효율적인 관리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환경당국이 강력한 환경행정을 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유해폐수를 마구 방류하는 양심마비된 악덕기업주들의 비인간적 행위다.
더구나 이들 악덕기업주를 단속하기에는 환경처나 시·도의 단속반이 너무도 미약하다. 단속반이 숫적으로 모자랄 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체는 단속반원을 문전에서 쫓아버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정부가 힘으로 단속하고 처벌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가들의 양심회복이다.
성장제일주의에 가려 공해물질을 남몰래 배출해도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환경처의 정기단속결과에 따르면 한번 적발됐던 공해업체가 두번,세번 다시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기업주가 공해방지시설을 개수하는 비용보다는 벌금을 내는게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질환경보전법에는 적발된 기업에 대해 최고 3천만원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악덕기업에 대해서는 양벌규정을 두어 기업과 기업주가 2중으로 벌금을 내도록 종전보다 강화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체가 벌금을 내고 말단현장책임자가 고발되는데 그칠 뿐 기업주가 형사처벌되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유해물질을 비밀배출구,또는 야간을 이용해 배출하는 것은 「간접 살인행위」다. 이런 악덕기업주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벌을 가하도록 벌칙이 강화돼야 한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주들의 「양심회복」이다.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중의 하나는 「특별대책지역」 지정과 「총량규제」다. 환경처는 지난해 팔당과 대청댐주변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주변의 개발을 제한해 수질을 보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지역내에 있는 모든 산업체의 오염물질을 전책적인 양,즉 총량으로 규제하는 조치는 아직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산업체의 생산위축이 우려되고 총량규제를 위한 관리기술축적·산업체의 준비태세가 미비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팔당호는 특별대책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오염돼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요하천은 죽은 강으로 변하고 있다. 환경당국은 이미 3급수로 전락해버린 낙동강주변의 경우도 물금취수장 상류일원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야 하나 관광지인 팔당호주변과는 달리 농촌지역이라는 이유로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할 계획만 세우고 있다.
오염물질 규제항목에도 문제는 있다. 수질오염지표로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화학적 산소요구량·부유물질·용존산소 등을 주로 측정하고 유해물질인 수은·카드뮴·시안·납·비소·크롬·PCB 등을 규제하고 있으나 이번에 문제가 된 페놀은 의무적으로 체크해야할 물질에는 빠져있다.
그러나 페놀은 염료·산화방지제·합성수지·계면활성제 등 수많은 공산품에 너무도 널리 쓰이고 있어 유출될 우려가 큰 물질이다.
페놀은 금속을 부식시키고 탄저균을 2분안에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성질을 갖고 있다. 또 인체에 흡수되면 위·십이지장·간 등 소화기계통과 신경계의 장해를 유발하고 복통·구토를 일으키는 물질이어서 식수에 섞여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규제해야 하나 너무도 허술하게 방치돼 있다.
미국의 경우는 여러가지 엄격한 장치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한때 심한 공해병을 겪은 일본도 이제는 개끗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세계환경인들은 하나뿐인 지구를 환경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현재 공동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환경당국은 이제 공해를 숨기는 소아병적 태도를 버리고 보다 정공법적인 대책을 세우고 전국민도 환경보호를 위해 함께 떨쳐 일어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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