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호」<서울 수유2동>|무공해 산채 등 33가지 밑반찬 푸짐|이문영<고려대 교수·행정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북한산의 수려함에 이끌려 자주 가던 수유동을 찾은 어느 날 뒷골목에 접어들었다 우연히 자그마한 산채 정식 집「경호(경호) 」(995)0474를 알게 되었다.
수유동 4·19탑 입구 네거리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가정집을 이용한 작은 공간이다. 도시의 공해에 찌든 내게 천연 무공해 산채의 담백함과 소박함을 맛보게 해주는「경호」는 단골로 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오대산·계방산, 그리고 방아다리 약수터가 지척인 강원도 평창군 진부 면에서 직접 산채·기름을 가져다 만드는 무공해 산채음식의 맛깔스러움은 분명히 도시의 그 숱한 음식점과는 다른 독특함을 지녔다.
강릉의 초당두부를 직접 가져다 만드는 두부 찜·된장찌개, 그리고 최고급 산채인 곰취·곤드레·산 더덕 무침·버섯·능쟁이 나물 등 산나물 종류8가지, 강원도식 식혜, 서 거리 등 젓갈류 6가지, 새우·돌김 등 밑반찬 5가지, 그리고 99%순도의 도토리묵, 생선, 오징어 무침, 홍어 찜 등 33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산채 한 정식은 산채의 담백함과 어패류의 소박함이 어우러진 우리의 일미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산채음식의 비결은 산채·기름의 적절한 조화일 것이다. 서울 시내에도 인사동과 강남에 산채 전문 집이 몇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의 단골집「경호식당」만큼 맛·색, 그리고 향의 조화를 이룬 음식을 만드는 곳은 드물 것이다. 담백한 맛, 소박한 색, 은은한 향취가 조화된 이 집의 음식을 대하면 우리의 음식문화가 중국·일본·서양음식과는 다른 차원의 품격을 지녔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강원도 깊은 산 속에서 서 리가 내린 후에 채취해당도가 높은 문배주·머루주·매화주·잣주·다래주·산더덕주·감자주 등은「경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행운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