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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숭배 강요 21년 철권통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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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을 21년간 철권통치했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사진) 대통령이 21일 사망했다고 국영 TV가 보도했다. 66세.

현지 관계자들은 그가 이날 새벽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현지 특파원은 "아직 특별한 동요는 없지만 가로수에 걸린 새해 축하 장식이 갑자기 철거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니야조프는 옛소련 시절인 1985년 투르크메니스탄 공산당 서기장이 됐다. 91년 독립 뒤 초대 대통령에 선출됐으며 99년에는 종신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재임 기간 중 개인 숭배를 부추기고, 각종 기행을 일삼아 종종 구설에 올랐다. 자신을 민족의 아버지이자 지도자라는 뜻의 '투르크멘바시'라 부르도록 했고, 자신의 저서 '루흐나마'를 읽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며 독서를 강요하기도 했다. 또 공항.항만.학교를 비롯해 운석에까지 자신과 가족의 이름을 붙였다. 나라 곳곳에 자신의 초상화를 내걸고 동상을 세운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사막 한가운데에도 대형 동상을 세웠다. 거액의 돈을 외국 은행에 빼돌렸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이 밖에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시시콜콜 간섭했다. 97년 심장수술을 받고 담배를 끊은 그는 모든 각료에게 금연령을 내렸다. 일반 국민도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했다. 젊은이들에게 머리와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했고, TV에서 오페라와 발레 장면의 방송을 금지하기도 했다. 자신의 취미인 자동차 운전을 즐기기 위해 대통령궁과 관저 사이의 도로를 완전 차단한 적도 있다.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비판을 용납하지 않았다. 2004년 12월 치러진 총선에 출마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서방 언론은 이런 그를 항상 세계 최고의 독재자 중 한 명으로 분류했다.

영국 BBC는 그의 사망 직후 "니야조프가 확실한 후계 구도를 세워놓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의 미래가 상당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니야조프의 장례식은 24일 치러질 예정이다.

인구 500만 명의 투르크메니스탄은 자원 부국이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5위며, 석유도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기준으로 1340달러에 불과하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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