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백홍석의 항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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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4강전 하이라이트>

○ . 이창호 9단 ● . 백홍석 5단

장면도(34~51)=좌하 귀마저 흑이 파내 어느덧 흑은 사귀생. 그에 비하면 백은 34로 지킨 좌변 하나만 눈에 띈다.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일방가'는 좋지 않은 것으로 돼 있지만 박영훈 9단은 "잘 보면 백도 세력만 있는 게 아니다. 좌변의 실리가 기본적으로 30집"이라고 알려준다.

아무튼 34까지의 진행은 얼마 전 열린 이창호 대 후야오위의 LG배 8강전 복사판인데 이창호 9단이 흑을 쥐고 불계패한 때문인지 "이 포석은 백이 두텁다"는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한데 바로 이 대목에서 백홍석 5단이 감히 항명(?)을 시도했다. LG배 때 이창호 9단은 A의 천원에 두었는데 백홍석은 35로 어깨를 짚은 것이다.

A가 나을까, 35가 나을까. 이 대목 역시 선악보다는 취향의 문제다. '중앙'이라는 망망대해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현대 바둑은 이처럼 거의 대부분의 수가 막막하기 짝이 없어 답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단지 백홍석은 전부터 35가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날 공교롭게도 A를 둔 당사자인 이창호 9단을 상대로 그 수를 시험하게 되었다. 기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42로 붙여 44로 끊고 다시 50까지 진행되는 일련의 수순도 이창호-후야오위전 그대로다. 이 9단이 오늘 후야오위의 수법을 복사하며 편하게 두고 있는 것은 연구 결과 후야오위의 수법이 쓸 만하다고 본 때문일 게다.

51로 쫓고 52로 틀을 잡았다. 여기서 흑의 다음 수는 어디일까. B의 곳이 일단 한눈에 들어오지만 당시 이창호 9단은 '참고도' 흑1, 3으로 후수를 감수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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