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폐수 수도물” 구멍난 수질관리/영남 식수오염 왜 일어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취수전엔 페놀검사 아예 안해/낙동강 7천여업체 “공해복병”/정수 처리 전근대적/기준 대폭 강화 필요
대구 상수도물의 페놀오염사태가 부산·창원 등 낙동강 수계전체로 확산되면서 영남일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의 부도덕한 독성 폐수불법 방류와 공해단속 소홀·수질검사 부실 등 당국의 수질관리 부재가 빚은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있다.
검찰수사 결과 이번 수질오염은 구미공단 두산전자에서 발암성인 페놀폐기물 3백t을 낙동강에 쓸어넣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당국의 허술한 수질관리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대구에서는 89년 8월에도 다사수원지에서 취수한 낙동강물에 페놀이 섞여 수도물에서 악취가 발생,시민들이 항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대구시 상수도본부에서는 항의를 받고도 『여름철 상수도물의 세균오염을 막기위해 염소소독을 지나치게 했을뿐』이라며 문제삼지 않은채 원인규명 및 대책수립 없이 넘어가 이번 사태를 빚게했다.
이에 대해 환경관계자들은 『그 당시 대구시가 페놀오염사실을 알고도 급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산업폐수 방류가 날로 가중되는데도 행정당국이 수질오염 방지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근대적인 정수처리로 급수를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대구의 상수도물 오염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구미시 상수도 취수장에서 클로로페놀이 생성돼 구미·칠곡일대 주민들의 항의소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경북도의 조사결과 드러나 무성의한 대처가 사태를 증폭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구미시 상수도사업소에서는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데도 원인규명은 커녕 이를 수자원개발공사에 통보하는 것으로 그쳐 페놀오염이 대구에 이어 부산·창원으로 확산되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수자원개발공사 구미사업소측은 상수도물의 수질검사 결과 『음용수 수질기준인 0.005PPM보다 0.001PPM이 낮은 0.004PPM으로 나타나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엉뚱한 해명만 했다.
이같은 당국의 무신경에 가까운 수질관리로 점차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는 낙동강 수질보전대책이 근본적으로 마련되지 않는한 제2,제3의 상수도오염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발암물질인 페놀을 원료로 하는 유화수지와 전자업체들이 구미공단을 비롯한 낙동강연안에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비만 오면 각 업체들이 당국의 눈을 속여가며 유독성 폐수를 방류하기 일쑤인데다 『적발될 경우 공해배출 부과금만 물면 된다』는 식의 기업정신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낙동강연안 폐수 배출업체로 공해관리 대상업체는 모두 7천6백여개소에 달한다.
환경보전법 개정으로 공해배출업무가 대폭 시·도로 이관되면서 이 가운데 대구지방환경청이 관리하고 있는 업체는 2천6백68개소뿐이며 나머지는 대구시가 2천여개소,경북도가 2천8백여개소 등으로 감시기능이 이원화돼 있어 공동관리체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감시인력도 대구지방 환경청의 경우 불과 39명이 대구·경북지역의 대규모 공단을 관리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62명·경북도 1백87명으로 감시요원 1명이 20∼30개 업체씩 전담하는 등 사실상 감시기능을 감당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낙동강 수질오염은 날로 가속화돼 이번 상수도 오염사태를 불러 일으킨 다사수원지 주변인 경북 달성군 다사면과 고령군 개진면 고령교 일대의 낙동강 물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오염이 극심한 실정이다.
대구시는 이같은 낙동강 수질오염에 대비,다사취수장에 자동수질분석기등 수질시험시설을 갖춰 놓고 PH·알카리도·탁도 등 수질을 자동체크해 왔으나 페놀 성분이 섞여나오자 잔류염소와 원수 검사를 외면한채 염소소독만 평소보다 10배나 강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놀은 1PPM의 농도에서 냄새를 느낄 수 없으나 염소와 화합할 경우 클로로페놀이 생성되면서 냄새가 5백∼6백배 이상으로 강해져 악취를 풍기게 된다. 결국 이번 상수도물 오염사태는 대기업의 부도덕한 폐수방류와 낙동강 수질오염의 감시기능 부재속에 대구시가 상수도물을 생산하면서 반드시 거쳐야할 원수 14종·정수 29종의 수질분석과 검사를 소홀히 한데다 페놀성분이 섞여나올 경우 이산화염소를 투입,악취를 제거해야 한다는 상식을 벗어나 염소를 과잉 투입,화를 자초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날로 병들어 가는 낙동강등의 수질보전대책이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맑은 물」 공급등 탁상공론으로만 수질대책을 밝혔을뿐 폐수배출방지 등 오염의 근본원인 제거에 나서지 않아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6일엔 노태우 대통령의 경북도 연두순시에서 김우현지사가 『경북 북부지역 개발을 위해 안동·상주 등 낙동강 상류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겠다』고 보고해 이곳에 공단이 조성될 경우 낙동강 물은 상류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썩어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질문제 전문가인 계명대 김수원 교수는 『상수 원수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폐수의 수량규제와 수질검사 기준 강화가 따라야 하며 전문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취수방법에서 흐르는 물을 그대로 끌어쓰지 말고 댐이나 보를 만들어 취수전 점검관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말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상수도 수원지 보존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 같다.<대구=이용우기자>
◎염소와 결합땐 악취 600배로
▷페놀이란◁
특유한 냄새를 지니는 무색결정체로 지난 2월 환경처가 유독물질로 지정한 유해화학물질이다.
페놀이 상수원수에 유입돼 정수장에서 소독제로 쓰는 염소와 결합할 경우 발암성인 클로로페놀이 생성되므로 수질관리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물질이다. 클로로페놀은 페놀보다 악취가 5백∼6백배 심해 이번 수도물 악취소동의 원인이 됐으며 농도가 1PPM을 넘으면 암이나 중추신경마비·신장장애·빈혈 등을 초래한다고 연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페놀의 음용수 수질기준은 0.005PPM이나 이번 사건에서는 낙동강물에서 최소 37배까지 검출됐다. 페놀은 염소보다 값이 10배 비싼 이산화염소에 의해서만 제거되며 구미에서도 페놀소동을 겪고 이산화염소를 개발했다.
페놀은 전자제품·수지·유화공장 등에서 사용되며 합성섬유·합성수지·염료의 원료로 쓰이고 소독제·살충제·방부제로도 사용된다. 두산전자의 경우는 전자기판회로 제작에 페놀을 사용했다.
페놀은 휘발성이 있어 물속에서 7일정도 지나야 99%가 분해된다.
따라서 정수장 근무자들이 페놀의 특성과 대응방법을 몰라 기존의 염소만 과다투입한 것이 사태를 커지게한 것이다.
대구 다사수원지측은 급한 나머지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염소를 투입,클로로페놀을 다량 발생케 했다.
◎전자제품 기초소재 생산
▷두산전자◁
지난 74년 동양맥주와 미국의 전자회사인 노프렉스오크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사장 양유석)로 자본금은 40억원.
텔리비전·냉장고·VTR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인쇄회로용 동부적용판을 연간 1천만장씩 생산해 국내 전자회사에 공급하고 일본·동남아등지에 수출(비중 10%)하고 있다.
경북 구미와 충북 증평에 공장을 갖고 있으며 종업원수는 7백30명.
구미공장은 대지가 1만3천7백평이며 페놀을 사용,전자제품의 기초 소재인 라미네이트등을 만든다.
두산전자는 지난해 8백2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본사는 서울 논현동에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