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제 기본취지는 살려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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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가용 10부제 운행이 전면 해제됨으로써 서울등 대도시는 다시 차량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18일 출근길에서는 차량속도가 느려진 것을 피부로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교통난 심화보다는 10부제의 해제가 가져올 사회분위기의 이완일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10부제의 계속 실시를 주장해온 이유의 하나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사실 자가용 10부제 운행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직접적인 효과인 차량소통의 원활이나 기름절약 자체보다도 국민들에게 경제난국을 인식시키고 근검절약하는 풍조를 확산시키는 상징적 효과가 더 컸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명분과 국민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마련해서 그것을 계속 실시할 것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10부제 운행을 해제하기로 결론을 낸 이상 이제 정부와 국민들에게 안겨진 과제는 어떻게 하면 이에 따른 문제점들을 최대한 억제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교통난의 완화를 위해선 늘어나는 자가용을 억제할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느낀다. 서울의 경우 자가용 승용차는 그 수송분담률이 10%밖에 안되면서도 전체차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70%나 되고 있다.
따라서 자가용 이용자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유도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가구당 2대 이상의 자가용 승용차에 대한 중과세,대중교통수단의 증차와 쾌적화,주차단속의 강화 등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교통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절약과 근검절약의 분위기를 어떻게 지속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정부건물에서부터 한등 끄기,승강기의 격층운행,냉난방시설의 가동제한 등을 엄격히 지키고 공무원들이 차량이용을 스스로 자제하여 우리의 기본적인 여건에는 변함이 없음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에너지절약이나 근검절약이 그러한 상징적 운동만으로 큰 효과를 거둔다고는 보지 않는다. 정부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실효성있는 에너지절약시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가령 아파트만 허더라도 온도조절시설이 없어서 절약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것은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파트를 건설할 때부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법규화화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는 결국 대부분이 산업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에서의 막대한 손실을 방치하고서는 아무리 일반 국민에게 절약을 호소해 보아도 그 실제 절약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열관리에 정부가 좀더 합리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투자를 늘리면 말썽많은 원자력발전의 증설 필요성도 감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제도와 시책에 달린 문제다. 에너지절약과 근검절약의 취지를 지속할 정부의 후속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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