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개혁정책 지속될 것”/커크패트릭 미 전 유엔대사 WP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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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바르샤바 해체·걸프전서 협력/탈냉전·국제평화에 계속 성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소련이 비록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으나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라는 기본정책만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최근 들어 고르바초프의 주위에서 개혁주도인사들이 대거 퇴진하고 있다. 이는 고르바초프 자신도 인정한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퇴진 개혁파인사들이 대부분 아직도 정부와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르바초프는 또 소련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다. 그러나 그는 시장경제로의 점진적 이행이 여전히 소련의 경제정책이라고 말한다.
고르바초프는 또 일부 공화국의 독립움직임이 소연방을 위협하고 있지만,이런 문제들도 17일 전연방국민투표에서 원만히 해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존 메이저 영국 총리는 전임자인 대처 총리처럼 고르바초프를 『영국이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메이저 총리의 이같은 판단은 부시 미 대통령,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겐셔 독일 외무장관 등 다른 서방지도자들의 판단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최근 몇달동안에 고르바초프를 만나 의견을 나눴던 사람들이다.
그러면 우리는 고르바초프를 믿어야 하는가. 그는 현재의 소련상황을 조정할 수 있을까.
소련의 외교정책이 아직도 개혁적 방향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최근 소련외교가 보여준 중요한 움직임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걸프전에서 소련의 미국 및 다국적군에 대한 협력,둘째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공식적 종말,셋째 독일통일 국제조약에 관한 소련의회의 비준이다.
이들 모두가 냉전의 사실상 종식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들이다. 또한 이들은 소련의 외교정책이 과거 대결로부터 이제 국제협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련의 대 서방협력에 기초한 고르바초프의 외교정책은 소련내부에 많은 비판자들을 갖고 있다.
이들 비판자들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대응을 보면,그가 과거 흐루시초프나 브레즈네프 등 소련 최고지도자들의 외교관과는 전혀 다른 외교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엔안보리가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몰아내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승인할때 소련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제 소련은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게 아닌가』라는 비판자들의 물음에 대해 고르바초프는 이렇게 대답했다.
『장차 있을지 모를 국가간 마찰을 피하고 다른 국민들을 우리의 동반자로서 간주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라크가 군사적으로 힘이 세다고 약소국을 침공했을때 우리가 곧바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실패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의 입장이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
바르샤바조약기구 폐기에 관한 최종합의는 그것이 동유럽국가들만의 일방적 탈퇴라면 단순히 공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일부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의미가 있다.
고르바초프 외교정책의 지속을 의미하는 이같은 세가지 사건은 앞으로 발트해 3국에 대한 강경조치 완화와 소련 정치구조상 계속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는 고르바초프가 완전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외교정책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말해 냉전 소련외교가 냉전시대의 그것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이 소련 국내문제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을 보장하고 있지도 않고 민주주의를 향한 소련정부의 진보도 보장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스탈린주의자들이 복귀해 이같은 문제들을 맡게될 것이라고 예상할만한 근거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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