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개입에 흔들리는 「공명」/갈수록 노골화… 법규정 유명무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야 장외공세에 여 차단 안간힘/선관위선 유권자들 고발 기대
시·군·구 의회선거의 후보등록마감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막판눈치보기가 한창이고 정당마다 형세분석에 안간힘이다. 중앙선관위는 정당배제 원칙고수를 위해 홍보대책에 주력하고 있으나 여야는 제나름으로 선거판세를 분석,여당은 공명선거운동으로,야당은 장외바람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등 서로 꿍꿍이속이 달라 정당개입 배제는 유명무실해져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군·구의회선거의 경우 현행 지방의회 의원선거법이 총론에서는 정당개입 배제를 규정해 놓고도 각론에서는 정당개입 소지를 만들어 놓은 모순을 보이고 있어 정당개입 배제를 강조하면서 각 정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야당의 반발과 여당의 음성 개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야 틈새에 낀 선관위는 법령해석에 어려움이 생길때마다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으나 야당측에 불리한 유권해석이 나올때마다 야당에서 반박하고 나서는 바람에 자칫 정치권싸움에 휘말려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윤관 중앙선관위원장도 8일 기자회견과 9일 시·도 선관위원장 회의에서 현행 선거법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그러나 선관위로서는 현행법에 따라 선거를 치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서규탄 순회집회를 위법이라고 유권해석,평민당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던 선관위는 9일 보라매집회에 선관위 직원 20여명을 파견,현장조사에 나섰으나 집회에서 구체적인 선거관련 발언이 나오지 않자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러나 순회집회는 위법』이란 점을 재확인 했다.
선관위는 선거공고일인 지난 8일 각 정당대표에게 공명선거 협조공문을 보내 『소속당원들로 하여금 불법·탈법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해 달라』며 대중집회 등의 자제를 요청한데 이어 금주중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자금지원과 정당 단합대회 등을 이용한 직·간접적인 지지표시 등의 자제를 호소하는 공문도 발송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정당의 속성상 선거에 대한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쳐 정당개입 사례가 적발될 경우 즉각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는 홍보전으로 정당 바람을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친여 후보가 너무 많아 걱정인 민자당은 이대로만 가면 민자 당적자 또는 여당성향 후보가 70% 당선될 것으로 보고 공명선거를 내세워 정당바람 차단에 총력. 이미 각 시·도 등이 주관하는 공명선거캠페인 등을 통해 정당개입 배제분위기 조성에 상당히 성과를 거두었다고 분석. 민자당은 11일 김윤환 사무총장이 첫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당 차원의 선거 불개입 등 공명선거 분위기조성을 위한 입장 천명을 통해 야당의 장외투쟁 바람을 밀어내는데 안간힘이다.
민자당은 이날 각 정당의 선거에 임하는 홍보자료를 내어 야당이 선거에 개입하는데도 불구하고 민자당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전국 순회계획이 없으며,법률상 가능한 당원단합대회와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구당 위원장들의 선거사무원 등록 등 선거분위기를 과열시킬 여지도 민자당이 앞장서 배제하고 있음을 강조.
민자당이 이같이 여유를 보이는 것은 자체조사나 관계기관의 조사결과 야당후보는 20% 정도밖에 안되고 민자당 당원을 포함한 친여권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
특히 민자당 지도부는 9일 평민당의 보라매 집회가 청중동원도 못하고 호응도 없어 사실상 실패했으며 이는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정당배제 공명선거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기로 방침을 굳히게 됐다. 민자당의 조사로는 시·군·구 후보 예상자중 민자당 당원이 50%를 넘고 친여권 무소속후보도 3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당선예상치도 10명중 7명은 친여권이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
○…평민당은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9일 개최한 수서규탄집회가 날씨탓으로 청중숫자에서 당초 기대보다는 다소 미흡했지만 분위기와 내용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보고 14일 수원·성남 집회를 시발로 한 3월말까지의 전국순회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키로 결정.
11일 총재단회의는 중앙선관위의 「순회집회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은 견강부회식 과잉해석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법적 대응을 해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평민당은 정부·여당이 중앙선관위를 내세워 정당의 선거개입을 봉쇄하고 있는 것을 「위헌」이라고 결론,대표단을 중앙선관위에 보내 지자제선거에 있어서의 「정당개입 한계」에 대한 의견을 전달키로 했다.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조직으로 규정한 헌법 8조를 보거나 ▲정당의 지구당위원장 등 모든 당원이 지자제후보의 선거사무장이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이 가능하고 △선거운동기간중 당원단합대회 등 순수한 정당활동을 허용하고 있으며 △후보자들이 당적을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지자제선거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자제선거에서의 정당개입은 가능하다는 논리다.
수서규탄집회는 선거운동을 위한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지자제법 74조와는 무관한 순수한 정당활동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않는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정부가 부정·타락선거를 감시키 위해 1만명의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이번 지자제선거를 행정선거·공포선거로 치르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주장이다.
특히 엄격한 선거운동을 강요해 은밀히 이뤄지는 타락선거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고 보고 있다.<이규진·김두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