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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직접 보고 느끼게 해야>
박형규<경기도 안양시 호계 1동>
광복이후 46년이 지난 지금 일본으로부터 사죄다운 사죄한번 받지 못한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한 후 민족의 생존권마저 침해당했던 우리가 어느덧 일본화 돼 가고 있는 것 같으며, 일제 36년의 역사도 하나 둘 잊어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건 바로 우리들이 직접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우리가 단 한순간을 위해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박물관을 철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약간의 모순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제 36년을 겪지 못한 우리 청소년 세대, 그리고 먼 훗날의 세대들은 단지 역사책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그렇구나 하는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민족의 치욕적인 상징이니까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일제 36년의 역사를 청소년들이나 다음 세대들에게 한번 더 생각하게 하고, 느낄 수 있도록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아직 잊을 상황 아니다>
정해왕<서울 종로구 계동>
역사란 단지 흘러간 어제의 일이 아니라 오늘을 재조명하는 거울이다. 지난 날 우리 역사에 아픈 기억이 있다 해서 그것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잊어버리려 한다면, 우리는 우리자신을 비추어 보는 맑은 거울을 잃는 셈이 될 것이다.
광복 후 한동안 중앙청으로, 그리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종로구 세종로 1번지의「이국적」인 건축물은 일제 식민통치의 상처로 남아 있는 대표적인 건물 가운데 하나다. 일제 치하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수모를 겪어야 했던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민족의 치욕스러운 역사를 상징하는 이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마저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왜 우리민족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이 어색한 건축물이 수도 서울의 한 복판을 차지하게 되었는가』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직은 어제의 아픈 역사를 완전히 잊어도 좋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역사의식 함양에 효과>
이종영<서울 서초구 서초l동>
우리에게 남겨진 역사의 현장은 오욕의 역사가 담겨 있든 영광의 역사가 담겨 있든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비록 중앙박물관 건물 자체가 우리 민족의 치욕적인 일제식민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려에게 남겨진 역사의 흔적으로 보존함으로써 오히려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뿐 아니라 새로운 민족정신의 함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건물 하나하나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되고 있는 외국의 여러 나라들을 볼 때 역사적 현장의 보존 당위성은 더욱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앙박물관 건물을 철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신적 위안의 크기보다는 먼 후대까지 보존하면서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때 역사의식의 함양효과가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경복궁 복원계획에 의해 철거여부가 논란이 된다면 그 건물자리에 원래 있어야 할 조형물의 모형을 전시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주 토론 주제>「교사자격 심사제 도입」
다음주 토론주제는「교사자격 심사제 도입」입니다. 최근 교육부는 그 동안 교육대·사범대를 졸업했거나 일반대학의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소정의 학점을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자격증이 자동으로 발급됐기 때문에 교사의 질적인 통제가 어렵고 자격 등 자체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어 왔다고 판단, 자격증을 최초로 발급할 때 적격심사제를 도입, 내년부터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교육계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찬반의견을 l4일까지 도착되도록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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