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승부수 적중/내년 선거 승리 확실/미 공화당 인기 수직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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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선 “차라리 후보내지 말자”
걸프전쟁이 미국의 정치판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쿠웨이트사태 초기 미군의 파병에서부터 무력사용 결의안에 이르기까지 반대의 입장에 서왔던 민주당은 걸프전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 버리자 그동안의 반대가 정치적인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부시 대통령 진영인 공화당은 정치적 운명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 적중함으로써 급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의 신뢰가 90% 이상 절대적이어서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한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부시의 재선은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됐다.
일부 민주당 인사는 이같은 대통령선거에 민주당후보를 내세워 헛돈을 쓰느니 차라리 선거비용으로 집없는 사람이나 도와주자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지금까지 상·하 양원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해 왔던 전통까지도 이번 전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진데 민주당의 고민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와 ABC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이 국가시책을 더 잘 다룰 것으로 보느냐는 설문에서부터 국방·외교,심지어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더 지지를 받았던 교육·환경문제까지 공화당이 민주당을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6일 부시 대통령의 의회연설때 공화당 의원들은 『나는 무력사용 결의안을 지지했다』는 리번을 달고 공화당 승리감을 과시했다.
공화당의 하원원내 부총무 깅그리치 의원은 『슈워츠코프 사령관이 민주당 의회의 지시를 받았다면 아마 아직도 5대의 탱크도 보내지 못하고 계속 토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공화당의 그램 상원의원은 『이번 전쟁과정의 행태를 보더라도 민주당에 미국의 운명을 맡기기는 불안하며 민주당은 미국을 세계의 지도자로 만들기는 역부족인 정당』이라고 헐뜯고 있다.
이에 맞서 무력사용 결의안에 반대했던 폴리 하원의장은 『걸프전쟁의 승리를 특정정당의 정략에 이용하려는 것은 미국민의 단결을 해칠 뿐』이라고 반박하면서 『걸프희생자들이 미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것이지 결코 공화당을 위해 바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시의 장래가 반드시 보장되어 있다고만 볼 수는 없다.
처칠 영국 총리가 2차 대전 당시 영국민으로부터 90% 이상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직후 선거에서 참패했던 예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시 대통령이 과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내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과연 걸프전쟁 때와 같은 능력과 운이 계속되겠느냐가 문제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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