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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검의 일제 시대' 끝낸 남자대표 어제 축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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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상훈(右)이 결승전에서 쌍칼을 든 미국 대표 이토가쓰 후미히데와 맞서고 있다. [월간검도 이보식 제공]

"바르고 큰 검도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앞으로 한국 검도가 국제 검도계를 이끌어갈 것이다."(도재화 검도 남자대표팀 감독)

도하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한창이던 10일, 대만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제13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남자부 단체전에서 한국이 미국을 2-0으로 누르고 우승한 것이다. 대한검도회가 생긴 지 53년 만에, 세계검도선수권대회 출전 36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본지 12월 11일자 31면>

3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1970년 첫 대회 이후 12회 동안 남녀 개인.단체 우승을 모두 일본이 독차지했다. 국제검도연맹을 장악한 일본의 아성을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했다. 지난 대회(2003년 스코틀랜드) 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던 한국은 "이번에야말로 일본을 꺾겠다"며 칼을 갈아왔다. 한국은 기술이 노출된 노장 선수들 대신 신예로 물갈이했다. 도재화 감독은 "손목치기에 강한 일본에 손목으로 맞서면 승산이 없다. 머리치기 등 크고 시원한 공격을 해야 한다"며 맹훈련을 이끌었다.

그런데 준결승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일본.중국인 2세들로 구성된 미국이 일본을 3-2로 꺾은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의 결승전만 생각하다 허를 찔렸다. 6개월간 일본 전지훈련을 한 미국이 일본 선수의 특성을 철저히 연구하고 나온 것이다.

일본의 탈락에 한국 선수단에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결승에서 멋지게 이기고 싶었는데 기회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도 감독은 부랴부랴 선발 명단을 바꿔야 했다.

결승전에서 한국은 2번 김완수(무안군청)가 1-0으로 이겼고, 나머지는 모두 비겼다. 마지막 주장전. 불혹의 승부사 김정국(40.대구 달서구청)은 손목치기로 선제점을 따낸 뒤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를 되뇌었다. 3분50초쯤 완벽한 찬스가 왔고, 호쾌한 머리치기로 경기를 끝냈다. 관중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잔기술과 포인트 위주로 국제 검도계를 장악해 온 일본의 '36년 통치'가 끝나고, 크고 시원시원한 한국 검도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축하하는 박수였다.

18일 서울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큰일을 해냈다. 앞으로 검도에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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