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쓰던 용품 그대로 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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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떠난 후 백담사는 적막한 산사의 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전씨가 있던 동안 하루 5천여 명씩 몰려와 북적거리던 인파는 간데 없고 겨울 등산객들만이 간혹 찾을 뿐이다.
전씨 부부가 사용하다 남기고 간 일부 비품과 집기들이 은둔의 흔적을 말해 줄뿐이다.
전씨 내외가 기거하던 만 해당 방안엔 책상·의자·전기스탠드·TV·VTR·서랍장이 제자리에 놓여 있고 매트리스·이불 등 침구는 비닐에 싸여 벽 선반 위에 보관돼 있다.
사찰측은 만해 당의 방4칸 중 전씨 내외가 기거하던 두 칸은 스님들이 쓰고 다른 방들은 객승과 불자들의 객실로 사용하고 있으나 전씨가 남기고 간 비품과 집기들은 재 방문에 대비, 보관할 계획이다.
사찰측은 한창 방문객이 많을 때 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신도 등으로부터 빌려쓰던 20여대의 봉고 차는 전씨 하산과 함께 모두 되돌려 주고 현재는 사찰소유 봉고·한대만 보유, 영락한 부자의 초라한 모습 같았다.
전씨의 은둔으로 백담사는 숙원이던 호롱불 신세를 면했고 강원 국토관리 청이 1억2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9월 폭 47m, 길이 95m의 수심 교를 가설, 통행 난을 해소하는 등 도움도 많이 받았다.
전씨의 은둔 초기에 은둔 반대집단 시위를 벌였던 용 대리 주민들은 전씨 하산 후 내방객이 없어 민박·식당운영이 어렵자 최근 인근 군부대에 장병 면회장소로 용 대리를 활용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백담사=권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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